한국IBM 대표 "양자컴퓨터 '양자우월성' 달성시점은 내년"
원성식 대표,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심포지엄서 소개
"국내 양자기술에 중장기 투자해야"…제2의 황우석 사태 우려하는 회의론도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IBM이 내년에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할 것이라는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수년 내 어쩌면 암호화폐의 보안성도 무력화할 수 있을지도 모를 뛰어난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성식 한국IBM 대표는 2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심포지엄 3 '양자과학기술의 도전과 기회'에서 IBM의 양자컴퓨터 개발 로드맵을 소개했다.
양자우월성은 양자컴퓨터가 기존 방식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하는 것을 말한다.
원 대표는 "양자우월성을 달성하는 것은 1천 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 연산의 기본단위)가 넘어가면 가능한데 그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며 "IBM 내 로드맵으로 올해 말까지 433큐비트의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고 내년도에 1천121큐비트, 2025년에 4천개가 넘는 큐비트 용량의 양자컴퓨터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3년 후에는 몇천 개에서 심지어 10만 큐비트에 도전할 것"이라며 "10만 큐비트를 넘어가면 암호화폐도 뚫을 수 있지 않겠냐는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물리적으로 큐비트를 쌓아 10만 큐비트까지 가는 것은 2030년 이전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양자가 갖는 불안정한 특성으로 발생하는) 노이즈를 어디까지 잡는지에 대한 개선 속도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또 "10만 개를 통해 (암호화폐를) 해킹할 수 있는가는 막연한 가능성이며 정확한 기술적 검증은 되어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원 대표는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컴퓨터가 하는 모든 일을 다 대체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기존 컴퓨터가 풀기 어려운 까다로운 문제 중 일부를 양자컴퓨터가 대신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 예로 인수분해, 복잡한 미적분, 행렬의 변환, 머신러닝, 복잡한 최적화 문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가면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를 묶어 보다 더 이종의(heterogeneous), 세련된 문제를 풀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 대표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산업현장에서 활용하는 독특한 사례로 미국의 정유회사인 엑슨모빌을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 500여 대 LNG 선박의 이동 경로와 지정학적 위험,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 물류를 최적화하는 경우의 수가 2의 100만 승이라고 한다"며 "기존의 컴퓨터로는 풀 수 없다"고 했다.
원 대표의 발표 후에는 국내 양자컴퓨팅과 양자기술 전문가들이 국내 기술 발전 수준을 공유하면서 양자 연구 후발 주자들로서 고민을 나눴다.
황찬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양자와 관련한 교육이나 연구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중장기 플랜으로 투자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서 양자 기술을 10대 전략기술로 정해 투자하려 하는데 분류체계가 양자컴퓨터와 센서, 통신이다. 중요한 포인트를 놓쳤다"며 "양자 물질 관련 연구도 포함해 4가지 (분야)가 같이 연구되고 발전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최근 양자컴퓨팅에 대한 떠들썩한 언론과 정부의 관심에 근거가 희박하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김태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부교수는 "황우석 사태가 또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는 표현까지 써 가면서 양자컴퓨터의 성능이나 전망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제일 큰 문제 중 하나가 전문가가 없다. 한두 사람의 말에 많이 의존하게 되면 문제가 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양자컴퓨팅'에 대한 최근 정부와 산업계의 반응에 지나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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