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주기 검열당할까봐…" 美여성들, 낙태권 폐지에 앱 삭제
대법원 판결로 낙태 불법화되면 '고발 근거'로 오용 우려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미국에서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여파로 여성들 사이에서 생리주기를 예측해주는 스마트폰 앱 사용마저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플로', '클루' 등 두 가지 생리주기 추적 앱 이용자가 모두 합쳐 5천500만명을 웃돈다.
앱은 이용자가 생리를 시작한 날짜 등을 입력하면 배란일이나 생리 예정일 등을 자동으로 예측해준다.
임신·피임을 계획하거나 휴가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용도로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로 향후 일부 주(州)에서 낙태가 사실상 금지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앱을 아예 삭제하는 여성이 늘어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용자들이 앱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록했다가 만약 낙태가 불법화되면 혹시나 형사 고발 근거로 오용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텍사스주에 거주한다는 멜리사(27)는 "생리주기를 입력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기록이 나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앱을 삭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배란일을 추적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앱을 사용했고 향후 임신을 위해서도 이 앱을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단 생리주기 앱뿐만 아니라 구글맵처럼 위치 추적이 가능한 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고 외신은 짚었다.
앱 개발사들도 속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플로' 앱 측은 24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용자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익명 모드'를 곧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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