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없는 청각장애도 인공와우로 청력 개선 효과"
분당서울대병원, 달팽이관 대신 전정기관에 이식…"6명중 3명 전화통화 가능해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청력을 담당하는 귓속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선천성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도 인공 달팽이관(와우)을 이식하면 청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인공와우 시술은 달팽이관의 기능을 대신하는 전기적 장치를 귓속에 이식, 청신경에 자극을 줌으로써 말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청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와 세종충남대병원 김봉직 교수 공동 연구팀은 선천적으로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 6명에게 인공와우를 이식하고 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런 효과가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보통 달팽이관의 선천적인 기형으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아이에게는 보청기 치료를 우선 적용하고, 난청이 심하면 인공와우를 이식한다.
하지만, 태아기 때부터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는 전기장치를 넣을 달팽이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인공와우 이식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이런 아이들은 청력과 언어발달 등 여러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총 6명의 아이에게 인공와우를 달팽이관 바로 옆에 위치한 전정기관에 삽입하는 수술을 시도하고 평균 6년에 걸쳐 추적 관찰했다.
이 결과, 6명 모두 수술 후 4년 이내에 짧은 문장은 입 모양을 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청력이 회복됐으며, 이 중 3명은 그 이후 전화 통화까지 가능할 정도로 개선됐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이런 효과는 달팽이관 기형이 없으면서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은 아이의 청력 개선 효과와 비슷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이번 임상 연구를 진행하면서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GREB1L)도 새롭게 규명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병윤 교수는 "그동안 인공와우 이식이 금기로 여겨졌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에게도 인공와우 이식술이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달팽이관이 없는 아이들의 장애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비인후과 분야 국제학술지 '임상 이비인후과학'(Clinical Otorhinolaryngology), '임상과 실험 이비인후과학'(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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