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 2년간 문닫은 미얀마 학교…공교육 사실상 마비

입력 2022-06-29 07:01
[미얀마르포] 2년간 문닫은 미얀마 학교…공교육 사실상 마비

다시 열었지만 군인이 지켜 학부모 불안…교사도 절대 부족

수능 지원자 예년의 30% 수준…"군정 또다른 우민화 정책 우려"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코로나19로 2020년 한 해 동안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고, 작년에는 많은 교사가 2월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에 반발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면서 학교는 다시 멈췄어요."

두 아이의 학부모인 윈 나잉 툰(가명·45)은 28일 군정 치하의 교육 실태를 묻는 기자에게 "2년 교육 공백에 희생된 아이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쿠데타 군부는 작년 11월에 총 든 군인들을 각 학교 앞에 배치하며 억지로 학교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교사는 부족하고 등교하는 학생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타잉 민(가명·40)은 "군인들이 총 들고 지키는 학교에 자식을 보내고 싶은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냐"며 "학교를 향해서는 아무런 공격도 없었는데 군정이 과잉 대응으로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애들을 학교에 못 보내게 만들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택시 기사인 텟 빠인(가명·39)은 "늦둥이 막내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더 열심히 벌어서 사립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입학을 2년째 늦추고 있다"고 했다.

양곤의 사립학교는 쿠데타 후에 짧은 공백기만 가지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어갔다.



그는 "요즘 같아서는 공립학교는 뭔가 불안하다"며 "군정이 이달 중순까지도 관영지 2면에 CDM 참여 교사들을 향해 '복귀하라'는 공고를 날마다 게재할 정도로 아직 교사 수가 절대 부족 상태"라고 공교육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양곤 쉐삐따 타운십의 한 공립 초등학교는 교사 수가 너무 부족해서 학년별로 1주일씩 돌아가며 쉬고 있는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올해 3월 치러진 미얀마 대입 수능시험 응시자 수는 예년의 30%에 그쳤다.

여동생을 미얀마 대입 수능시험에 응시시킨 에인드라 수(가명·27)는 "국가가 학생들을 가르치지도 않고 대입 수능시험을 치르는 행태는 국민이 알아서 공부하고 시험 준비해오라는 말"이라며 "그동안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만 시험을 치를 수가 있었을 테니 30% 응시도 많다"고 군정의 교육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에 유학을 다녀왔다는 한 학부모는 "미얀마에는 한국처럼 검정고시 제도가 없어서 혼자 힘으로 교육 과정을 마치더라도 대학 시험을 치를 방법이 없고, 유학 갈 방법도 없다"며 교육 공백에 내던져진 학생들을 걱정했다.



그는 또 "요즘 미얀마의 젊은 여성들은 외국인 여성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일본으로 향하고, 대학생들은 한국으로 유학 가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며 "그렇지만 나머지 대다수 학생을 위한 군사 정부의 교육 정책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교육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온라인 교육에 나섰다.

NUG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온·오프라인 학교 51개, 15만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전 학년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도 완성했으며, 대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세미나도 수시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DM에 참여 중인 한 교사는 "훌륭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든 NUG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지지를 표했다.

그는 이어 "이런 혼란 중에도 군정은 공교육 교과서를 교체하면서까지 학생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없애고 있다"며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면 대학 진학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다는 한 네티즌은 SNS에 "현재 미얀마에는 2년 동안의 교육 공백이 발생했지만 공백을 채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찾으려는 의지도 없다는 의심이 든다"며 "1989년에 반체제 시위를 빌미로 국립 양곤대학교를 단칼에 폐쇄했던 것처럼 군정은 또 다른 우민화 정책을 시도하려는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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