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곡물 운송로 확보 비상…흑해 항로 개설 협상
흑해 봉쇄로 곡물 수출 차질…세계 '재앙적' 식량난 우려
육로 운송 대안 한계…군사적 해결, 확전 우려 난망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흑해의 곡물 운송로가 봉쇄되면서 전 세계적인 식량난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창고 등 주요 농업 기반 시설을 폭격해 대량의 식량을 소실시키고 흑해의 항구를 봉쇄해 세계 곡물 시장에 대한 공급을 차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의 절반 가까이가 묶여 세계 식량안보에 잠재적인 재앙이 되고 있다며 "우리의 밀, 옥수수, 식물성 기름과 다른 제품을 수출할 수 없다는 건 불행히도, 수십 개 국가가 식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2천200만t의 곡물이 저장고에 있지만 국제시장에 제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며 봉쇄 사태가 지속되면 올가을에는 7천500만t의 곡물이 쌓여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4위의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운송 차질로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곡물 수입에 의존하던 아프리카와 중동 등 개발도상국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독일에서 열린 식량안보 국제회의 연설에서 "2022년 대규모의 굶주림 사태가 다수 불거질 실제 위험이 있다. 심지어 내년에는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올해 전 세계에서 약 4천9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3억4천500만명이 식량 공급 부족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밝히고 러시아가 세계의 굶주림을 전쟁 무기로 활용하면서 전 세계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규탄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식량 위기로 인한 재앙을 경고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곡물 운송로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튀르키예(터키)는 흑해 곡물 운송을 위해서도 해결사로 나섰다.
튀르키예는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계속 대화하고 있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터키, 그리고 유엔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 내로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릴 예정인 이 회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할 것이라고 튀르키예 언론이 전했다.
튀르키예 국방부 대표단은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국방부 대표단과 흑해 곡물 운송로 확보 문제를 논의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양측이 (러시아가 통제하는 항구들에서) 튀르키예 상업용 선박의 안전한 출항과 우크라이나 항구로부터 곡물 운송 문제, 그리고 흑해 해역에서 안전한 항행 보장 문제 등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튀르키예는 흑해에서 기뢰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 안전한 항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의 기뢰를 제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기뢰가 없는 지역에 안전한 항로를 개설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흑해 연안의 항구를 봉쇄하자 자국 내 최대 항구인 오데사를 방어하기 위해 연안에 대량의 기뢰를 설치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의 기뢰를 제거하고 해상 보험 문제도 해결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송 선박에 대해 보험사는 기뢰와 러시아의 폭격 우려 때문에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기존보다 훨씬 더 높은 보험료를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단기간에 흑해 운송로가 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육로 운송을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수출용 밀 일부는 폴란드를 가로질러 발트해 연안 그단스크 항구까지 운송되고 있다. 또한 일부는 루마니아를 거쳐 흑해의 루마니아 항구인 콘스탄차로 옮겨진 다음 배에 실려 해외 시장으로 수출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육로 운송은 해상 운송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 비효율적이라면서 지속가능한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차와 트럭은 선박만큼 많은 곡물을 실을 수 없기 때문에 대량 운송에 부적합하다, 더욱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철도망이 상당 부분 파괴됐기 때문에 철도 운송에는 한계가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흑해 항로 봉쇄를 뚫기 위해 군사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정책분석센터의 에드워드 루카스 선임연구원은 서방이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군사적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주요 군함을 상실했으며 자력으로 흑해 봉쇄를 타개할 군사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서방의 군사적 개입이 필요하지만 이는 확전 우려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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