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새 사옥 '베이뷰 캠퍼스' 가보니…유연성·친환경 어우러져
협업과 개인작업·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 등 모두 수용하도록 설계
독특한 캐노피 형태 지붕은 채광·경관·소음·친환경 등 고려한 결과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깊은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때는 주의가 산만해지는 걸 원치 않죠. 더 조용하길 원해요. 하지만 낮 동안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을 때는 활력과 에너지, 팀과 함께 있어서 얻는 창조적인 불꽃을 원합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사무실에서 어떻게 한꺼번에 공존하도록 할까를 생각했습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새로 마련한 미래형 사옥 '베이뷰 캠퍼스'의 건설을 담당한 미셸 코프먼 부동산 연구·개발 디렉터는 2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사옥 설계의 기본 접근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사람들 간의 협업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독립적 업무 처리가 모두 가능하게 하려 했다는 것이다.
최근 완공해 문을 연 베이뷰 캠퍼스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부지에 마련됐다. 10만2천㎡의 터에 2개 사무동 건물과 이벤트 센터가 들어섰다.
이날 둘러본 사옥 내부는 단출한 2층 구조이지만 천장을 아주 높게 설계해 탁 트인 느낌이었다.
페달을 밟아 전기를 만들고 휴대전화 충전도 할 수 있는 피트니스 자전거를 여러 대 놓거나 공룡의 뼈대가 전시된 공룡 플라자를 만드는 등 구글 특유의 기이함과 장난기가 넘치면서도 정원 또는 숲길을 실내로 들여온 듯한 자연 친화적인 인테리어는 편안함과 친근함을 줬다.
새 사옥은 팬데믹 이후 더 중요해진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활발한 교류가 필요한 협업이나 조용한 환경이 필요한 집중 업무, 그리고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모두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무실 환경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코프먼 디렉터는 "1층은 마치 시장 같다. 더 활기차고 소란스럽고 에너지가 높은 프로그램들, 그러니까 카페, 피트니스, 라운지, 마당 같은 공간이다. 그리고 2층은 각 팀이 많은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조용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실(미팅룸)도 수십 개가 설치됐다. 모두 오프라인 참석자는 물론 다른 국가, 다른 도시, 또는 재택근무 중인 온라인 참석자까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최적화됐다.
대형 스크린 2개를 둬 한 화면에는 모든 참석자의 얼굴을 띄우고, 다른 화면에는 회의 관련 콘텐츠를 띄울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칠판에는 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사람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넣으며 공동 작업할 수 있게 했다.
2층 사무 공간에는 고정형 벽을 설치하지 않아 필요하면 얼마든지 책상 배치와 공간 활용을 달리 할 수 있게 했다. 책상이나 칠판에는 바퀴가 달려 필요하면 2분 안에 재배치할 수 있다.
코프먼 디렉터는 이를 '소프트 건축'(soft architecture)이라고 불렀다.
회의실이나 장애인용 전화 부스, 책장 같은 다른 사무 공간·집기도 사흘간 쉬는 긴 주말이면 모두 자리를 바꿀 수 있다.
코프먼 디렉터는 "이곳에 있는 회의실은 모두 트랙이 달린 사전제작 벽면 시스템을 이용한다"며 "그래서 긴 주말이면 분해해서 옮기거나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하면 2층 전체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우리 사업의 속도에 맞춰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변화에 맞춰 팀의 규모를 키우거나 줄이고, 새 팀을 신설할 필요가 생길 때 이에 맞춰 기민하게 사무실을 다시 조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프먼 디렉터는 "구글은 물론 성장하는 많은 테크 기업이 겪는 난점은 팀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건물에서는 팀이 커지면 벽과 기계적 시스템을 때려 부수기 위해 팀이 건물을 비워야 했고 이는 난잡한 데다 시간을 소모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물이 그런 유연성을 허용하지 않았던 셈"이라며 "우리 접근법은 팀이 성장하면 같은 공간에 계속 머물면서 다른 것들을 옮겨 필요한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사옥의 두드러진 외관상 특징은 드래곤 스케일(용의 비늘)로 불리는, 텐트 천막의 지붕을 이어붙인 듯한 캐노피 형상인데 이는 채광과 경관, 음향, 자원 재활용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결과물이다.
코프먼 디렉터는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이 형상을 내부에서부터 외부로 디자인했다는 것"이라며 "바깥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위해 디자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물 내 모든 책상에서 외부를 내다볼 수 있고, 온종일 풍부한 채광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다 보니 이런 모양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 음향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2층은 거의 오페라 하우스처럼 위쪽에 넓은 공간을 갖도록 설계됐는데 이처럼 높으면서 가운데로 굽은 형상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큰 소음을 흡수해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캐노피 모양 지붕은 빗물을 모아 재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보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선 빗물 재활용, 태양광 패널 외에 지열 이용 시스템도 갖춰 90%는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고 코프먼 디렉터는 말했다.
그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새로운 형태의 캠퍼스를 짓는 데 촉진제였다고 말했다. 새 사옥을 준비하면서 5년, 10년, 20년 뒤 사무실의 형태에 대해 전문가 인터뷰, 10대의 가치관 설문조사 등 많은 연구를 했는데 5∼10년 뒤 닥칠 것으로 예상했던 변화를 코로나19가 훌쩍 앞당겼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면 이 건물을 지은 다음 이를 다시 변경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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