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쟁 속 테러…핵전폭기 띄워 우크라 쇼핑몰 폭격
과거 무차별공세와 달라…G7· 나토 정상회의 대응한듯
"서방압박에 후퇴없다, 적대행위 준비완료" 메시지 분석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보란듯이 자행하고 있다.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의 완전한 고립을 추진하는 서방에 물러설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기획한 무력 시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주(州) 크레멘추크시의 쇼핑센터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져 사상자 수십명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세를 일삼았지만 이번 공격은 성격이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 서부 크르스크 상공에 Tu-22M3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띄워 330㎞ 떨어진 표적에 순항미사일을 쐈다고 밝혔다.
순항 미사일은 오차범위가 수 m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해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고 항변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지난 25∼26일 수도 키이우를 폭격할 때도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 모지리 상공에서 X-22 순항미사일 10여기를 발사했다.
민간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고의라는 점을 상대가 알도록 할 의도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의 이번 공격은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와 시기가 맞물린다.
이들 회의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경제, 군사 동맹체가 결속력을 높여 대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려는 궐기대회 성격이 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이 같은 위세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무력시위를 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장에서 수백㎞ 떨어진 곳을 겨냥한 최근 미사일 공격은 러시아가 자국을 고립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적대행위를 강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설했다.
서방이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재정·군사적 지원을 계속해 비용이 커지더라도 항전을 계속하겠다는 점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가 민간시설 공격을 위해 띄우는 전폭기는 핵무기까지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공할 위협으로 다가온다.
AP통신 역시 이번 쇼핑센터 공격에 대해 서방 정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하고, 새로운 제재를 추진하는 와중에 나왔다며 러시아의 무력 시위 성격이 강하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번 공격이 군사시설과 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 민간인이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사회에 공포를 주입해 혼란을 야기할 테러로 규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쇼핑센터에는 1천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다"며 "유럽 역사상 가장 후안무치한 테러로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곳은 러시아군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으며, 전략적 가치가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에 대해 러시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자작극을 주장하며 사안을 진실게임으로 몰고간 침공 초기의 민간인 참사 때와는 다르다.
러시아군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아파트와 학교, 병원, 중요 인프라 시설, 민간 차량을 공격해 민간인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
지난 3월에는 민간인 약 1천300명이 대피한 마리우폴의 극장 건물을 폭격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낳았다.
당시 건물 마당에는 하늘에서도 볼 수 있도록 흰색 페인트로 '어린이들'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4월에는 피난 열차를 기다리며 수천여명의 피란민이 모여 있던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에 폭탄이 떨어져 민간인 59명이 사망했다.
서방은 과거 무차별 공세와 마찬가지로 이번 공격도 전쟁범죄로 규탄했다.
G7 정상들은 폭격 직후 공동성명에서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전쟁범죄"라며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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