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투우장 인명사고로 다시 불붙은 투우 존폐 논란
전세계 8개국서 여전히 투우 즐겨…'동물학대 vs 전통문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콜롬비아 투우장 관중석 붕괴사고 이후 투우 존폐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콜롬비아 톨리마주 엘에스피날의 투우장에서 나무 관중석이 무너져 최소 5명이 숨지고 250여 명이 다친 사고 이후 콜롬비아 안팎에서는 투우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곧바로 터져 나왔다.
이번 사고 자체는 부실하게 지어진 관중석이 원인이 된 것이긴 하지만, 흥분한 관중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콜롬비아 전통 투우의 방식에도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투우장에선 일반 관중이 소와의 결투에 참여할 수 있는 '코랄레하'라는 이름의 투우가 진행 중이었는데, 사고 영상에선 붕괴 직전 관중석에서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무질서하게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투우 비판에 앞장선 것은 오는 8월 취임하는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는 트위터에 "부상자들이 무사하길 바란다"며 "사람이나 동물의 죽음을 수반하는 쇼를 더는 허용하지 말라고 지방 정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수도 보고타 시장 시절인 2013년 보고타 투우장에서 투우를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투우가 콜롬비아 문화유산의 일부라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보고타의 투우는 몇 년 후 부활했다.
투우를 놓고 동물 학대라는 비판과 지켜야 할 전통문화라는 주장이 맞서는 것은 콜롬비아뿐만이 아니다.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투우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페루, 에콰도르 등 8개국이다.
중남미엔 스페인 식민지 시절 투우가 들어왔는데, 중남미 나라들 중에서도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등은 일찌감치 투우를 금지했다.
여전히 투우를 하는 8개국에서도 투우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소를 일부러 흥분시킨 뒤 서서히 죽이는 방식이 잔혹한 동물 학대라는 것이다.
멕시코의 경우 소노라, 시날로아, 게레로 등 일부 주에선 투우가 금지돼 있으며, 최근 멕시코 법원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세계 최대 투우장에서 투우를 금지했다.
투우 경기가 "건전한 환경에 접근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수백 년간 유지된 투우를 하나의 전통 문화로 보는 시각도 있고, 투우 종사자들의 생계도 걸린 문제라 저항도 만만치 않다.
페루의 경우 지난 2020년 투우와 투계를 금지해 달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소송을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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