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에 최대 51만 가구 '주거위기'…"지원 확대해야"
국토연구원 보고서…OECD 38개 회원국 중 14개국서 긴급지원 확대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주거위기에 처한 가구가 최대 51만2천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주거위기 가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대상자가 제한적이고 지원 규모도 미미해 해외 사례처럼 임대료 긴급지원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27일 펴낸 주간 국토정책 브리프 871호에 이런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거위기가구 진단과 대응전략'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는 작년에 발간된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와 경기 침체, 대중이용시설 제한 등의 여파로 기존과 다른 유형의 주거위기 가구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주거위기를 구성원이 행복·생존 등에 위협을 느끼는 단계로, 주거취약으로 확정되기 전의 위협상황으로 정의했다. 주거위기가 가시화되면 주거취약으로 악화되고, 주거취약이 고착되면 주거상실로 전락하는 흐름이 관찰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거위기가 발생하는 경로는 크게 4가지로 분석됐다.
4가지 그룹은 ▲ 코로나19 상황과 관계없이 주거여건이 열악한 계층 ▲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안정적 직업군으로 재택근무를 통해 주거면적 증대수요가 예상되는 집단 ▲ 사회적 거리두기가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불안정한 직업군과 임대료 및 공과금 연체 위험이 높아지는 집단 ▲ 원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시설거주자 등이다.
보고서는 직업과 점유 형태, 보증금 규모, 가구 형태를 고려했을 때 잠재적 주거위기 가구는 최소 25만9천가구에서 최대 51만2천가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위기가구 중 1인가구는 절반이 넘는 25만9천가구로 추산됐다.
아울러 빅데이터를 활용한 조사결과 의료, 고용, 건강 등 34개 항목의 사각지대에 놓은 위기가구는 전체 40만6천가구이며 이 가운데 전기, 수도, 가스 등 기초생활서비스 제공 중단에 따른 위기가구도 29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정부가 공공부문의 자원과 조직을 활용해 긴급주거지원과 주거취약계층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부문에서 발생하는 위기상황 노출 가구에 대한 지원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 긴급복지지원 주거지원은 총 2만3천건 이뤄졌으며 금액은 총 48억2천만원으로 건당 지원액은 평균 20만9천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긴급복지지원 중 주거지원 비율은 2.7%에 불과하고, 총 지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위기의 끝판왕'인 주거위기 가구는 위기 발생과정이 비정형적이고,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긴급 임시주택과 상담 서비스 등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각국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거위기에 놓인 가구에 대한 긴급지원에 나서고 있다.
호주가 코로나19 주거 지원과 주거비 완화 지원 등의 조치를 신설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4개국에서 주택수당을 추가 지원하거나 신설해 주거지원을 강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미선 국토연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주거위기가 가시화되기 전에 위험에 처한 가구의 실태를 파악하고 설문 체계를 구축해 사전적·예방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센터장은 긴급복지지원 내 주거지원 대상자의 선정조건을 확대해 임대료 연체를 대상에 포함시키고 순수 월세 가구, 공동주택 이외의 주택 관리비 연체 현황 파악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거복지센터 설립과 상담서비스 제공을 위해 약 300억∼800억원 수준의 정부 재원을 지원해 위기가구 상담과 서비스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