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반정부 시위 2주째…대통령 탄핵안까지 등장
원주민 주도로 고유가·생활고 규탄…13일째 도로 점거·방화
야소야대 의회서 대통령 탄핵안 논의 개시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남미 에콰도르에서 원주민 주도 반정부 시위가 2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대통령 탄핵안 상정 논의까지 시작됐다고 AFP·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콰도르 의회는 이날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 퇴진 안건을 표결에 부칠지 결정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재적의원(137명) 3분의 1 이상인 좌파 계열 야당(희망연대) 의원 47명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라소 대통령은 우파다.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인 야당 의원들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와 내부 소요 사태'에 대해 라소 대통령에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뒤 자가격리 중인 라소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갖고 있으나, 어떤 방식으로 피력하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회의 마무리 후 의원들은 72시간 안에 투표 여부를 정하게 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실제 탄핵은 재적의원 3분의 2가 넘는 92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라소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면 알프레도 보레로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고, 곧바로 새 대선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이 주도하는 시위대는 휘발유(갤런당 2.55→2.10달러)·경유(1.90→1.50달러) 고정 가격 인하, 영세 농업인 대출 상환 유예,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등 총 10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하며 13일부터 이날까지 13일째 집단 농성을 벌이고 있다.
수도 키토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시위는 도로에 나뭇가지를 쌓아두고 불을 지르거나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격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찰도 최루가스를 동원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까지 발생해 지금까지 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CONAIE는 전했다.
라소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24개 주 가운데 6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위 시작 이후 처음으로 이날 정부 측 관계자와 CONAIE 지도자인 레오니다스 이사를 비롯한 시위대 대표단이 공식 면담 자리에 앉았다고 로이터가 비르힐리오 사키셀라 국회의장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키셀라 의장은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며 "국회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양측이 대립과 긴장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에콰도르 원주민은 1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가량이지만, 2019년엔 10여 명이 숨지는 격렬한 시위 끝에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를 철회시켰다.
1997년과 2000년, 2005년 세 명의 에콰도르 전직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진한 것에도 원주민들의 시위가 역할을 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