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탈출하나 했더니…'3高'에 발목 잡힌 항공업계

입력 2022-06-26 06:32
코로나19 위기 탈출하나 했더니…'3高'에 발목 잡힌 항공업계

항공사, 유가·환율·금리 오르면 손실…재무적 부담 증가

원화 약세·항공권 가격 급등에 여행 심리 위축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이륙'을 준비 중인 항공업계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에 다시 발목이 잡힐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국제선 운항이 90%가량 줄어들었다가 최근 방역 정책 완화로 운항 횟수가 점차 확대되면서 다소 숨통을 틔운 항공사들은 겨우 되찾은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26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달 17일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77.08달러로 작년 6월보다 128.9% 상승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0.8% 올랐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유가가 당분간 계속 오를 전망이어서 항공사들의 유류비 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영업비용 중 유류비 지출은 30~40%의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1분기 대한항공[003490]은 연료비로 6천633억원, 아시아나항공[020560]은 2천919억원을 각각 지출했다. 영업비용에서 연료 유류비 비중은 각각 33%, 30%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연간 평균 2천800만 배럴의 유류를 사용하는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하면 약 363억원의 손익 변동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배럴당 유가가 1달러 상승하면 128억원의 유류비 지출이 늘어난다.

항공사들은 저유가일 때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는 '항공유 헤지'와 유가 선도계약을 통해 유가 변동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위기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연일 치솟는 환율도 항공사의 재무 건전성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23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돌파했다. 1,30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7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고환율은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을 지급해야 하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외화 부채 상환 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순외화부채가 약 41억달러(약 5조3천억원)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0원 변동 시 약 41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1,200원이었던 환율이 1,300원으로 오르면 장부상 4천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원 오르면 284억원의 외화환산 손실이 발생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참석해 "달러 강세 현상이 부채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 시 해외 영업으로 얻는 외화 수익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현재는 국제선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아 외화 수익 자체가 적은 상황이다.

항공기 구매가 아닌 리스 계약을 체결하는 LCC(저비용항공사)들이 대형항공사(FSC)보다 환율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역시 항공사들의 재무적 부담을 더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금리는 당분간 계속 오를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평균 금리가 1% 오르면 각각 약 450억원, 약 328억원의 추가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지금의 3고 위기가 항공사의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과 동시에 여행 심리를 위축시켜 항공 여객 수요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항공사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별도로 부과하는 유류할증료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다음달 대한항공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22단계가 적용돼 편도기준으로 거리 비례별로 4만2천900∼33만9천300원이 부과된다. 최근 항공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유류할증료까지 인상되면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항공권 총액도 늘어나게 됐다.

원화 약세로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점도 항공 수요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고' 현상으로 국내 산업계의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진 가운데 이제 막 회복단계에 접어든 항공업계는 타격이 더 큰 것 같다"며 "2년간의 암울했던 시기를 이제 막 벗어나려는 상황에서 한숨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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