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국 아이티서 교도소 예산없어 죄수 수십명 아사"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중미 빈국 아이티에서 교도소에 갇힌 죄수들이 음식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굶어죽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아이티 남서부 항구도시 레카예에 위치한 한 교도소에서는 지난 한 주 사이 최소 8명의 죄수가 아사했다.
이 교도소에는 두 달 전부터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죄수들은 굶주림과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지역 시정부 위원인 로널드 리치먼드는 이 교도소에 833명이 수용돼 있다면서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지금 당장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이 교도소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티에서는 올해 1~4월에만 총 54명의 죄수가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했다.
해당 보고서는 아이티 정부에 "교도소 내 음식과 식수, 의약품 부족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이티의 교도소들은 수용인원 초과 문제가 심각한 데다, 정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죄수들에게 음식과 식수 등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법대로라면 죄수들에게 하루 두 끼 식사와 식수를 제공해야 하지만 현지 교도소들은 정부가 예산을 너무 적게 배정한 탓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최근 몇 달째 죄수들은 가족과 친지를 통해 반입한 식량과 물로 연명해 왔다.
작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발생한 권력 진공상태를 틈타 세력을 키운 갱단들이 벌이는 폭력사태도 이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수감자들에게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비정부기구 '헬스 스루 월즈'의 공동설립자 미셸 카르샨은 갱단의 위협 때문에 일부 지역의 통행이 제한된 탓에 일반인들은 교도소를 방문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아이티 북부 지역 교도소에 야채와 작물을 기르는 밭과 닭과 물고기 등을 키울 수 있는 시설 조성을 추진하는 등 교도소 내 식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카르샨은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교도소는 겨우 한 곳뿐"이라면서 결국은 "교정 당국이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티 내 교정시설에는 수용인원의 280%에 이르는 죄수가 갇혀 있으며 이들 중 83%가량이 미결수다. 유엔에 따르면 아이티의 미결수들은 법정에 서기까지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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