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강진에 가족 한번에 묻어…병상 5개 병원에 환자 500명
생존자 "모든 것이 파괴됐다"…탈레반에 불만 표출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각각을 위해 장례할 시간도 없었어요. 가족을 한 번에 묻었습니다."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남동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며 아내와 6자녀를 한꺼번에 잃은 라흐마툴라 라히미의 말이다.
라히미는 23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돌로 표시된 흙 둔덕들을 가리키며 "내 가족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강진 참사로 1천∼1천1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순식간에 가족과 집 모두를 잃어버린 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AFP통신은 24일 피해가 가장 큰 파크티카주 구르자 마을의 참상을 전했다.
마을 주민은 22일 시신 60구에 이어 다음날에도 30구를 더 묻었다.
주민 자이툴라 구르지왈은 "땅을 팔 삽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땅에 묻으며 비통함에 젖은 속에 이제는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
구르지왈은 "배수 시설 등 모든 것이 완전히 파괴됐다"며 "물과 음식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담요와 천막도 없고 피신처도 없는 상황"이라며 "사람들은 노천에 그냥 누워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런 대형 재난을 감당할 역량이 부족한 상태라 피해 주민의 고난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탈레반 정권 출범 후 기존 국제구호단체의 활동마저 크게 위축된 상태라 구호 작업엔 어려움이 더욱 큰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국제기구와 파키스탄, 한국, 이란, 터키 등 여러 나라가 구호물품과 인도적 지원금 등을 전달하고 있지만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상자 1천명을 포함해 1천600명 이상으로 알려진 부상자 치료에 큰 어려움이 생긴 상태다.
아프간의 의료 인프라 역시 빈약한 상태였는데 탈레반 정부 출범 후 상황이 더욱 나빠져 역시 이번 재해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파크티카주 기안의 한 병원 관계자 무함마드 굴은 23일 BBC뉴스에 "아침부터 환자 500명이 병원으로 왔고 이 중 200명이 숨졌다"며 "모든 병실이 파괴된 상태"라고 말했다.
BBC뉴스는 이 병원은 5개의 병상밖에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번 지진으로 인해 그나마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탈레반 지역 당국 관리가 기안 지역을 돌아볼 때 주민들이 떠나라고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드러낸 일도 발생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BBC뉴스에 "탈레반은 이 재난을 다룰 능력이 없다"며 가동되는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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