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구해주세요"…2차대전때 교황에 보낸 유대인 서신 공개
박해받던 유대인들, 비오 12세에 편지 보내 도움 요청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황에게 도움을 구한 유대인들의 서한 등의 기록물을 온라인에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개를 지시한 자료는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1876∼1958) 시절에 접수된 기록들이다.
독일 나치 정권과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권이 유대인들을 박해하던 시기에 교황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유대인 단체와 가족 등의 서한 등 2천700건의 자료가 포함돼 있다.
나치 정권의 강제이송 및 수용소 감금을 피할 수 있도록 외교적 개입을 해 달라거나 가족을 찾아달라는 요청 등이 담긴 기록들도 많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기록들은 2020년 3월부터 연구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학자들에게는 공개됐으나, 모든 사람이 기록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따라 이번 온라인 공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당시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의 후손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이번 조치를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가톨릭 교회의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는 것과 연결지어 해석했다.
한편, 1939년부터 1958년까지 교황을 맡은 비오 12세는 재위 당시 나치의 집단 학살이 자행되는데도 침묵을 지킨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역사학자 데이비드 커처는 기록 보관소에 있는 자료를 분석해 낸 책에서 "비오 12세는 유대인을 위해 사안에 개입하거나 나치의 잔학한 행위를 비난하는 것을 꺼렸다"고 썼다.
그러나 교황청은 비오 12세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조용한 외교'를 했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외교 책임자인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는 현지 신문 기고 글에서 "유대인들이 보낸 각각의 요청은 처리가 되면 '유대인'이라고 이름 붙은 자료 보관함에 넣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개 대상 기록에는 이 같은 도움 요청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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