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세우려니 노하우 가물가물"…발 구르는 美·유럽

입력 2022-06-24 06:02
"원자로 세우려니 노하우 가물가물"…발 구르는 美·유럽

수십년만에 건설 재개했지만, 경험있는 기술자는 은퇴·사망

용접 등 기술 부족 탓에 완공 늦어지고 예산도 초과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과 유럽이 '원자력 건설 공백기' 탓에 발을 구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원자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 각국이 노하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전 등 각종 이유로 수십 년간 원자력 설비 건설을 중단한 뒤 갑자기 원자로를 건설하려고 하니 경험 있는 기술자를 찾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인 일부 원자로 건설 사업은 완공 시기가 미뤄지거나 예산이 초과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경우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에 건설 중인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 완공이 10년 이상 늦춰졌다.

당초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용접기술자들이 7년 전 경수로의 냉각시스템 주변에서 발견된 100개가 넘는 실수를 아직도 바로잡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원자력안전감독기구 측은 경수로의 용접 수준이 기대치보다 한참이나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30여 년 만에 건설되는 조지아주(州)의 원자력발전소도 완공이 늦춰졌고, 예산도 수조 원이 초과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원전도 용접에서 문제가 발견돼 지난 2010년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완공된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에선 원자로를 지탱하는 콘크리트 바닥의 방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불완전한 용접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용접 등 기술 분야에서 문제가 잇따르는 것은 수십 년간 기술자들을 육성하지 못했고, 기존 기술자들은 은퇴를 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다.

서구 국가들은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자로 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자 원자로 건설을 사실상 중단했다.

조지아주 원자력발전소 공사관계자는 "미국에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할 수 있는 용접기술자는 이미 은퇴했거나 사망했다"며 "용접 등 각종 기술자를 훈련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국은 기술자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14개의 원자로를 건설키로 한 프랑스는 수천 명의 기술자를 교육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원자로 기업 테라파워도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한 것이 원자력 업계의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지적했다.

테라파워 측은 "용접과 건설 등 원자로 건설에 경험이 있는 기술자가 필요하다"라며 "일부 기술자를 육성하는 데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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