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세청장 지명자, '탈세 논란' 마르코스에 "모범 보여야"

입력 2022-06-23 10:57
필리핀 국세청장 지명자, '탈세 논란' 마르코스에 "모범 보여야"

대통령 당선인 일가 부동산 탈세액 '5천억대'…대처 방식에 주목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차기 국세청장이 부동산세 탈세 논란에 휩싸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납세자의 모범이 돼달라"고 당부해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현지매체인 ABS-CBN에 따르면 릴리아 길레르모 국세청장 지명자는 향후 마르코스 가문이 탈세한 부동산세를 징수하게 되면 대통령에게 롤모델이 돼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길레르모는 마르코스 일가의 탈세와 관련된 서류들을 모두 확인해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데이터를 입수한 뒤 마르코스에게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마르코스의 일가의 부동산세 탈세 총액은 230억 페소(5천497억원)로 추산된다.

앞서 필리핀 대법원은 지난 1997년 이같은 내용의 최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길레르모는 또 마르코스가 자신에게 부동산세와 관련해 언급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길레르모는 30년 넘게 국세청에서 근무했으며 취임 후 납세 절차 개선을 위한 디지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들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빅데이터 전문가 채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마르코스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선친이 집권 당시 빼돌린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부 재산을 환수하는 작업을 제대로 이행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고(故)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지난 1986년 취임 직후 설치한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는 지금까지 마르코스 일가를 상대로 1천710억 페소(4조원)를 환수했고 현재 추가로 1천250억페소(3조원)를 되돌려받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따라서 마르코스가 대통령이 되면 직속 기구인 PCGG를 통해 자신의 가문이 부정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반납하는 작업을 감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마르코스는 이달 30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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