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유리천장'…"논문저자 인정 까닭모를 남녀차 확인"

입력 2022-06-23 11:59
과학계 '유리천장'…"논문저자 인정 까닭모를 남녀차 확인"

분석결과 네이처 게재…보건 등 여초분야도 마찬가지

"저평가·성차별 논란"…잊힌 여과학자 후속연구 노벨상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여성 과학자는 남성 동료 과학자와 함께 연구에 참여하고도 저작권과 특허권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보고서를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사실은 미국 뉴욕대 줄리아 레인 교수와 동료들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내 52개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와 관련된 행정 자료를 분석하면서드러났다.

이들은 12만8천859 명의 과학자들과 3만9천426 건의 논문, 7천675 건의 특허 관련 자료를 비교해 연구자 가운데 저작권을 인정받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했다

레인 교수는 "우리는 오랫동안 저작물이나 특허권 분야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성과가 적다고 인식하면서도 그 이유를 몰랐다"며 "그것은 관련 연구에 누가 참여했는지가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1950년 런던대학교 킹스 칼리지에서 X-선 결정분석 기술을 이용해 DNA 구조를 발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도 1958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죽을 때까지 자신의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영국 물리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 같은 여성 과학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직업과 연구 분야를 막론하고 과학 논문 저자 또는 특허권자로 인정받은 남성 과학자가 여성 과학자의 거의 두 배였다.

이 격차는 남성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공학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여성들이 많이 활약하는 보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경향은 여성 과학자의 경력이 짧은 경우 특히 심해, 박사과정을 이수한 이들중 연구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린 여성은 100명에 15명꼴이었지만 남성은 21명꼴이었다.

레인 교수는 "이런 격차는 연구 성과의 공동저자로 등재되는 경우 특히 심했다"며 "완강하고 고질적이며 분야를 가리지 않는 이 격차로 인해 여성들이 과학자의 길을 걷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레인 교수와 동료들은 또 이름이 알려진 2천400명의 과학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참여한 연구 논문의 저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있는지,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여성은 43%, 남성은 38%가 저자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연구 성과가 저평가됐다고 대답했지만, 차별과 편견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이 남성의 두 배였다.

영국 플리머스대학 분자미생물학과 조교수인 티나 죠수 박사는 "이번 조사는 과학계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성적 차별의 실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 "우리는 학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속적으로 평등과 다양성, 포용에 관한 대화를 독려하고, 모든 연구자가 자신이 이룩한 성과에 합당한 인정을 받도록 힘쓰면서 이 불평등을 시정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랭클린이 요절한 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DNA 분자 구조를 연구하던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등 남성 과학자들은 그녀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연구를 계속해 1962년 노벨 물리화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2월 미국의 여류 변호사이자 소설가인 마리 베네딕트는 프랭클린의 짧고 소중한 생을 소재로 '그녀의 묻힌 재능'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고, 사이언스는 이 책을 소개하며 그녀의 업적을 조명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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