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반정부 시위 10일째…원주민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시위대 키토로 집결…원주민들, 경제난 속 연료비 인하 요구
주에콰도르대사관 "외출 자제하고 시위현장 접근 삼가길" 당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원주민들이 주축이 된 남미 에콰도르의 반(反)정부 시위가 22일(현지시간)로 열흘째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시위대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치하면서 수도 키토를 비롯한 에콰도르 전역이 혼란에 빠졌다.
◇ 수도로 집결한 시위대…상점·기관 등 영업 중단
22일 시위대는 키토로 집결해 반정부 구호를 외치면서 도심을 행진했다고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와 로이터·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1만 명가량 시위대의 행진은 비교적 큰 충돌 없이 평화롭게 이뤄졌지만, 이날 도심의 상점과 기관 등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부분 굳게 문을 닫았다.
이날은 지난 13일 전국 곳곳 고속도로 봉쇄로 시작된 시위가 열흘째를 맞는 날이었다.
지난 10일간 일부 지역에서 시위가 격화하면서 2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키토 외곽 시위 도중 한 남성이 추락사했고, 21일엔 아마존 지역인 푸요 시위가 격화하며 시위하던 원주민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얼굴을 맞아 사망했다.
푸요에선 전날 시위대가 경찰서를 습격한 후 경찰 18명이 실종 상태라고 당국은 밝혔다.
키토로 이어지는 도로가 막히면서 도시의 연료와 식량도 부족해졌다.
에콰도르 정부는 시위가 격화하자 총 6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일부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도 내려졌다.
주에콰도르 한국대사관은 키토 시위 지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 안전을 위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시위 현장 접근을 삼가라고 당부했다.
대사관은 이날 키토 시위에 대비해 민원실 업무를 일시 중단했다.
◇ 원주민 단체가 주도…연료비 인하 등 요구
이번 시위를 주도한 단체는 에콰도르 최대 원주민 단체인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이다.
에콰도르 원주민 인구는 1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가량인데, 결집력이 강해 전에도 대규모 시위로 뜻을 관철한 경우가 많았다. 농민이나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연료 가격 등이 생계와 직결되기도 한다.
이들은 13일 무기한 봉쇄 시위를 시작하면서 모두 10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그중 1번이 연룟값 인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콰도르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갤런당 1.75달러에서 2.55달러로, 경유는 1달러에서 1.9달러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원주민들은 이 가격을 휘발유 2.1달러, 경유 1.5달러로 낮춰 동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영세 농민 가구에 대한 채무 재조정, 농산물 적정가격 보장, 추가 광산허가 제한, 전략 부문 민영화 중단 등이 요구사항에 담겼다.
원주민 단체들은 2019년과 지난해에도 기름값 상승에 반발해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연료뿐 아니라 식량, 비료 가격 등도 급등하면서 주민들의 사정은 더 절박해졌다.
이날 트럭을 타고 키토까지 올라와 시위에 동참한 호세 과라카는 "모든 게 비싸다.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번 시위엔 학생단체와 노동조합 등도 가세했다.
기예르모 라소 정부와 시위대 모두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 큰 진전은 없다.
시위대는 비상사태 해제 등을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날 정부는 "지금은 요구사항을 늘릴 때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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