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지개 연정' 붕괴 결정타는 서안법안 처리 불발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린다는 목표 아래 출범했던 이스라엘의 집권 연정이 1년 만에 자발적으로 해체 결정을 내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원내 제2정당인 중도성향의 예시 아티드를 중심으로 우파와 좌파, 아랍계까지 정치적 지향점이 서로 다른 8개 군소 정당들이 참여한 연정은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팔레스타인, 정착촌 등 핵심 이슈를 둘러싸고 진통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정치적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 연정은 지난 4월부터 일부 의원들의 지지 철회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가 이끄는 극우성향의 야미나였다.
야미나 소속 이디트 실만 의원은 지난 4월 "나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의 유대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에 동참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턱걸이 과반'(전체 120석 중 61석)으로 출범한 연정은 실만 의원의 이탈로 인해 자체적으로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을 맞았다.
5월엔 좌파 정당인 메레츠의 카이다 리나위 조아비 의원이 반란 대열에 합류했다.
라마단 기간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경찰간 폭력 사태, 알자지라 기자의 장례식에서 벌어진 이스라엘 경찰의 폭력이 그가 내놓은 연정 이탈의 이유였다.
의석수가 59석으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연정은 이달 초 사실상의 신임 투표로 볼 수 있는 '서안 법안' 처리라는 무거운 숙제를 떠안았다.
서안 법안은 이스라엘 영토가 아닌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 거주 유대인들에게 이스라엘의 형법과 민법 일부를 적용하는 긴급조치를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이다.
이달 말 일몰 처리되는 서안법을 연장하지 않으면 당장 50만명에 달하는 정착촌 거주민들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이스라엘의 경찰권 및 사법 관할권도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연정은 이미 이탈한 의원들을 다독이지도 못했고, 추가 이탈표까지 나오면서 법안 처리에 실패했다.
재집권을 꿈꾸는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리쿠르당 등 우파 성향의 야당들은 서안법 연장에 절대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연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연정은 이후 법안 처리를 다시 시도하려 했으나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결국 베네트 총리는 불가능해 보이는 법안 처리를 다시 추진하는 대신, 의회를 해산해 서안법이 자동 연장되도록 하는 길을 택했다고 현지 매체 와이넷(Ynet)이 보도했다.
정부 최고 법률자문(attorney general)과 협의를 마친 뒤 의회 해산 결정을 공식화한 베네트는 이스라엘 역사상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총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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