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수박' 논란…총들고 '이름만 공화당원 사냥' 광고 뭇매
미주리주 공화당 연방상원의원 후보, 당내서도 "폭력선동" 비판받아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총기 규제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한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가 총을 들고 이름만 공화당원인 사람을 사냥하자는 선거운동 광고를 20일(현지시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공화당원임에도 미국 민주당처럼 행동하는 이른바 '수박' 공화당원과의 차이를 부각하기 위한 차원이었으나 정치적 메시지나 메시지 전달 방식 모두 부적절했다는 이유에서다.
미주리주 에릭 그라이튼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는 이날 공격용 소총을 들고 있는 특수기동대 복장 차림의 사람들과 한 주택을 급습하는 내용의 선거운동 광고를 소셜미디어(SNS) 등에 게재했다.
38초 분량의 이 광고에서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출신인 그라이튼스 후보는 산탄총을 들고 '오늘 우리는 라이노(RINO) 사냥을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급습 대상인 주택으로 이동한 뒤 "라이노는 부패를 먹고 살며 겁쟁이로, 우리 나라를 구할 때까지 사냥에 어떤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에게 '마가(MAGA) 대원이 돼서 라이노 사냥 허가를 받으라'고 독려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다.
영어로 코뿔소(rhino)와 발음이 같은 RINO는 '이름만 공화당원(Republican In Name Only)'을 줄인 말이다. 이 말은 강성 공화당 지지자들이 온건한 공화당 의원 등을 향해 민주당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할 때 조롱조로 사용하고 있다.
미주리 주지사를 지낸 그라이튼스 후보의 이번 광고는 협박, 가정폭력 등의 의혹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그라이튼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를 받으려고 하고 있으나 실패한 상태다.
이 광고가 게재되자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폭력을 선동하는 파시스트 같은 메시지는 중단돼야 한다", "소시오패스 같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그라이튼스의 광고를 '폭력 선동을 금지하는 정책 위반'을 이유로 삭제했으며 트위터는 경고 메시지를 같이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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