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금지'로 망한 中 최대 학원, 라이브커머스 '벼락 인기'
영어 섞어 쓰는 교육방송 같은 신선함…경제위기 속 동정 여론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사교육 시장을 아예 없애버리는 당국의 초강경 규제로 사실상 망한 중국 최대 학원 기업 신둥팡(新東方)이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돌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일 신둥팡이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서 운영하는 대표 라이브 커머스 계정의 팔로워는 1천600만명을 넘었다.
이달 9일까지만 해도 100만명 수준이던 팔로워가 약 열흘 만에 16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베이징대 출신인 위민훙 회장이 설립한 신둥팡은 당초 중국 최대 학원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중국 정부가 2021년 7월 돌연 사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를 시행하면서 일순간에 무너진 비운의 기업이었다.
중국 전역에서 1천500개에 달하는 지점이 폐쇄됐고, 학원 강사 등 6만명 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퇴직금 지급, 학원비 환불, 학원 교실 임차 문제 해결 등으로 거의 200억 위안(3조8천억원)을 쓴 신둥팡은 만신창이가 됐고 미국과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된 신둥팡 주가는 고점 대비 99% 추락해 휴짓조각이 됐다.
예상치 못한 초강력 규제에 일거에 몰락한 신둥팡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건 것은 당장 큰 자본이 들지 않는 라이브 커머스였다.
위 회장은 작년 12월 더우인에 라이브 커머스 계정을 만들어 끝까지 자기 곁을 지킨 젊은 강사들을 방송 진행자로 투입했다.
영어를 주로 가르치던 청년 강사들이 시청자들 앞에서 쌀, 옥수수, 새우 같은 농산물을 주로 팔았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이 업계에서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실직 강사들이 진행하는 방송은 처음에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6월 들어 갑자기 불붙은 신둥팡의 라이브 커머스 인기는 이 방송의 독특함이 누리꾼들에게 새삼 주목받으면서다.
신둥팡 라이브 커머스의 대표 얼굴인 29세 전직 영어 강사 둥위후이는 물건을 팔면서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중간중간 영어를 썼다.
또 상품 설명을 하다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듯이 시, 지리, 철학 등 인문학적 지식을 한참 동안 설명하곤 했다.
물건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내용이 삼천포로 빠져 교육방송이 되어버린 듯한 참신한 방송 스타일은 중국 누리꾼들에게 돌연 큰 호응을 얻었고 이는 이 채널의 폭발적인 인기로 이어졌다.
위 회장은 "작년 말 우리가 농산물을 주로 팔기로 했다는 소식에 사회 각계에서 동정, 비아냥 등의 반응이 있었지만 우리가 성공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며 "우리 선생님(판매자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던 특징을 상품을 소개하면서도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벼락 인기'는 6월 들어 신둥팡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모기업인 신둥팡과 라이브 커머스를 맡은 자회사 신둥팡온라인의 주가는 각각 저점 대비 148%, 780% 폭등했다. 다만 당국의 규제 충격으로 그간 주가가 워낙 폭락한 탓에 예전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신둥방 라이브 커머스의 급속한 인기에는 위 회장과 실업 강사들을 향한 사회적 동정심도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이 심각한 경제 충격을 받아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18.4%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많은 중국인이 무너진 기업을 일으켜 세우려 발버둥을 치는 '위민훙 사단'에서 자기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신둥팡 라이브 커머스의 대표 얼굴이 된 둥위후이가 방송 중 떠나보낸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최근 큰 화제가 되며 많은 누리꾼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지난 15일 진행된 생방송에서 자몽을 팔던 둥위후이는 "신둥팡이 다시 잘 되는 날이 오면 그들(떠난 동료들)을 데리고 올 겁니다. 그 사람들이 정말 그립습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인데…"라며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
한 누리꾼은 방송에 단 댓글에서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며 "신둥팡은 반드시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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