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에 '제값 받을' 시점 저울질하는 이커머스…IPO 늦추기
"폭발적 성장기 지나"…'성장성'에서 '수익성' 확보로 눈돌리는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이신영 기자 =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경쟁적으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이어가자 제 가치를 받기 위한 시점을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치열한 외형 확대 경쟁을 벌이던 이커머스 업계의 전략도 수익성 개선으로 수정되는 분위기다.
20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에 대한 심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5.75%) 때문에 재무적투자자(FI)들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기간과 물량을 두고 심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컬리가 상장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당초 목표로 한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천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SSG닷컴(쓱닷컴)도 내부적으로는 IPO 준비를 모두 끝냈지만 예비심사 청구는 아직 하지 않고 있다.
SSG닷컴은 현재 주식시장이 기업 가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주관사와 적절한 IPO 시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에 주식시장 상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상장 절차에 드는 기본 시간을 고려하면 올해 상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쳤으나 예비심사청구는 아직 하지 않은 상태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11번가는 당초 지난달 말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는 몸집 불리기보다 수익성 확보에 조금씩 눈을 돌리며 내실 다지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규모 적자 누적에 대해 '계획된 적자'를 언급하던 쿠팡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수익성 관련 수치를 내세우며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의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쿠팡은 지난해 말부터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월 이용료를 2천900원에서 4천990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이달 10일부터는 기존 회원의 이용료도 같은 금액으로 인상했다.
롯데온은 지난 4월 새벽배송을 중단한 데 이어 7월부터는 롯데마트몰의 점포 배송 차량도 대폭 감차하기로 하는 등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위메프는 지난해 매출이 36.5% 줄었지만 2019년 757억원이던 영업손실 규모를 2년 연속 줄이며 55% 개선하는 등 수익성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그동안은 몸집 확장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수익성 확보에 목표를 두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쇼핑몰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하는 업체들도 지금은 외형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상장한 뒤에도 마냥 적자를 계속 이어갈 수는 없는 만큼 수익성 확보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003470]의 이진협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3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을 뒤로 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시대가 밝았다"며 "이는 이커머스 사업자의 폭발적인 성장기가 지났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물가에 따른 유동성 축소라는 지금의 시기는 여전히 수익성이 좋지 못한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추가 자금 조달에 있어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이 시기를 버텨내야 할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우선으로 해야 할 작업이 수익성 챙기기인 만큼 사업자들의 전략이 성장성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zitrone@yna.co.kr
e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