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에 가스 잠근 푸틴…국내정치 위기 몰리는 EU 정상들
프랑스·독일 등 여당 '민심 변할라' 에너지난 촉각
민심 달래기 주력…"버티지만 언젠간 터진다"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휘두른 '에너지 무기'에 유럽 각국 정상의 정치적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선거를 앞둔 각국 정부가 에너지가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돌아선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당장 프랑스가 당장 19일 총선 결선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 최대 수입국인 독일은 민심 이정표로 불리는 니더작센에서 10월 주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고, 역시 주요 수입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도 내년 6월 총선 일정이 잡혀 있다.
가장 먼저 민심 성적표를 받을 유럽 정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연립정당 '앙상블'은 의회에서 과반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4월 재선에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몇 달 만에 지지층에서 이탈한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8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의 저소득층·기업 지원 정책을 앞세워 유권자 달래기를 시도하고 있다. 가스·전기료 상한선을 설정하고, 휘발유 가격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 등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말에도 에너지가 급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노랑 조끼 시위'를 촉발시킨 경험이 있지만, 이번 대책도 지지층 붙잡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NUPES)는 이번 여론조사에서 대약진이 예상된다. 멜랑숑은 바게트·파스타 등 생필품에도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도 유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도 유류세를 낮춰 소비자들의 연료가 부담 낮추기에 나섰다. 한시 조치였지만 정부는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브뤼겔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이 에너지가 상승 대책에 투입하는 재정이 자국 전체 경제규모의 1%를 넘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이 규모가 2% 이상이고, 그리스는 3% 이상이라고 브뤼겔은 덧붙였다.
시모네 타글리아피에트라 브뤼겔 수석연구원은 "이런 지출은 당연히 지속불가능하지만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며 "독일 등 유럽 국가는 값싼 러시아산 가스를 바탕으로 경제력을 구축했으나 이런 모델은 이제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파리의 외곽 지역에 사는 한 시민은 WSJ에 "사람들이 극한까지 버티고 있다. 언젠간 터질 것이다. 그땐 초대형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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