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모욕해선 안된다"는 마크롱…프랑스의 뿌리깊은 친러 성향

입력 2022-06-19 07:00
"푸틴 모욕해선 안된다"는 마크롱…프랑스의 뿌리깊은 친러 성향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두 번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유럽 지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유독 프랑스에서는 러시아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친러시아 성향을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와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롤 모델로 언급했던 표트르 대제가 파리를 방문한 1717년 이래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19세기까지 많은 러시아 귀족이 서로 프랑스어로 의사소통을 했으며 프랑스 혁명을 피해 러시아로 간 망명객들이 종종 이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후에는 귀족이나 실업가들뿐만 아니라 발레 프로듀서 세르게이 댜길레프, 작가 이반 부닌 등 수천 명의 러시아인이 파리를 피난처로 삼았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마크 레너드 소장은 "전통적으로 프랑스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낭만적 감정이 있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프랑스 사람들은 러시아와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를 문화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태도는 현대 프랑스 정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1960년대 중반 유럽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자 했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그 일환으로 1966년 모스크바를 방문해 광범위한 협력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는 등 소련에 기우는 정책을 폈다.

러시아어에 능숙했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도 2000년대 초반 푸틴 대통령과 한목소리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9년 시라크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파리를 찾아 직접 조문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유화적인 태도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이외에 그의 개인적 정세관도 영향을 미쳤다.

실비 베르만 전 러시아주재 프랑스 대사는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한 유럽의 정책이 없다면 러시아는 중국의 품에 안기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국의 관계가 매우 긴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준다고 지적했다.

베르만 전 대사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019년 8월 지중해변 별장으로 푸틴 대통령을 초대해 만찬을 하면서 유럽의 새로운 '신뢰와 안보 구상'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푸틴 대통령이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러시아 역사에 관한 집착에 빠지지만 않았으면 두 정상의 구상은 결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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