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물가 상승도 서러운데 게임 가격까지 오른다
게임 소매 가격 최근 3∼4년간 급격히 올라
최근 이용자 눈높이 높아지면서 경쟁 심해지고 제작비 상승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생활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콘솔·PC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대작 게임의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5만∼6만원대에 형성돼 있던 이른바 '트리플A' 게임의 신작 가격이 7만∼8만원대까지 오르며 게이머들의 지갑도 얇아질 전망이다.
◇ 2020년 기점으로 부쩍 뛴 블록버스터 게임 가격
18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난 9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1인칭 슈팅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최신작 '모던 워페어 2'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가격은 PC와 콘솔 플랫폼을 통틀어 일반판이 8만4천500원, 각종 특전을 제공하는 '볼트 에디션'이 12만4천원이다.
3년 전인 2019년 출시된 전작 '모던 워페어' PC판이 4만5천원(일반판 기준), 플레이스테이션(PS)4 버전이 6만9천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PS판은 22%, PC판은 무려 88%나 가격이 인상된 셈이다.
3개 개발사가 돌아가며 매년 신작을 내놓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가격은 매년 조금씩 올랐다.
2020년 출시된 '블랙 옵스 콜드 워'의 PC 일반판 가격은 4만9천원, PS4 버전은 7만2천원으로 그 전 해에 비해 소폭 높아졌다.
그 이듬해에 나온 '뱅가드'는 시리즈 처음으로 PC판 가격을 상대적으로 비싼 PS4판 가격과 동일한 7만2천원에 맞췄다. PS5와 PC판 가격은 현재의 '모던 워페어 2' 가격과 동일한 8만4천500원에 출시됐다.
매년 신작이 나오는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인기 축구 게임 '피파(FIFA)' 시리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8년 출시된 'FIFA 2019'는 PS판 기준 5만2천800원이었지만 그 이듬해 나온 'FIFA 20'은 7만2천원, 지난해 나온 'FIFA 22'는 8만3천원으로 가격이 계속 올랐다.
◇ 게임 제작비는 오르는데 가격은 30년간 제자리
게임 가격이 어느덧 10만원에 가까워지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게임사들도 할 말은 있다. 게임 업계 전반에 경쟁이 심화하고,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오르면서 신작 게임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올랐기 때문이다.
일례로 락스타 게임즈가 2008년 발매한 범죄 액션 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4'의 개발 비용은 약 1억달러였다.
외신 추정치에 따르면 그로부터 5년 뒤인 2013년 출시된 'GTA 5'는 전작의 2배를 넘는 2억5천만달러 이상이 개발 비용으로 쓰였다.
같은 회사가 2018년 내놓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 배경의 액션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개발 비용으로 5억달러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됐다.
온라인·모바일 게임 위주인 국내 게임 업계 역시 개발 비용 오름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2011년 출시돼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크래프톤[259960]의 '테라'는 개발 비용으로 4년간 약 400억원이 쓰여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듬해 나온 엔씨소프트[036570]의 '블레이드 앤 소울'은 5년간 총 500억원이 들었다. 이어 2016년 나온 네오위즈[095660]의 '블레스'는 7년간 700억원, 2019년 출시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7년간 1천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과거와 달리 처음부터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두고 게임을 만드는 만큼 개발자 채용과 R&D에 쓰는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게임 소매 가격은 수십 년간 거의 제자리였다.
1993년 현대전자가 수입해 출시한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월드'는 3만9천원, 2001년 한빛소프트[047080]가 발매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2'의 국내 소비자가는 4만2천원이었다.
게임 가격은 2020년 이전까지 대작 게임이 5만∼6만원, 중소 개발사의 게임이 3만∼4만원선으로 크게 오르지 않았다.
2000년대 초 3천원가량이던 자장면 가격이 현재 6천원대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게임 가격이 수십년간 거의 오르지 않은 셈이다.
6만원대를 사실상의 게임 가격 '마지노선'으로 받아들인 게이머들로서는 가격 인상에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제작 비용 회수를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구작 할인판매·구독형 게임 서비스가 대안 될 수도
다만 게이머들의 선택지는 2000년대 초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신작이 매달 쏟아지는 게임 업계 특성상 아무리 대작 게임이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구작으로 전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발매 직후 제 가격을 받던 게임도 출시된 지 1년 이상 지나면 10∼20% 이상 할인해 판매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게임 플랫폼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아예 매주 영구 소장할 수 있는 무료 게임을 배포한다. 인디 게임이나 중소 개발사 게임이 대부분이지만, 출시된 지 2∼3년가량 지난 대작 게임도 종종 '통 크게' 뿌린다.
월간·연간 구독료를 내면 다양한 게임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패스'는 콘솔 게임이 '엑스박스' 시리즈를 비롯해 윈도 OS가 설치된 PC에서 이용할 수 있다. 독점작을 비롯한 상당수 게임이 발매 즉시 서비스된다.
소니도 지난달 프리미엄 계정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를 개편하고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발표했다.
게임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여서, 구독형 게임 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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