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장, 제재로 개봉 취소된 할리우드 영화 상영 강행
블라디보스토크 영화관 4곳서 '더 배트맨' 관람 가능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극장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개봉이 취소됐던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17일 러시아 극동 매체 프리마메디아 등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오켸안, 우수리 등 영화관 4곳은 전날 할리우드 최신 영화 '더 배트맨' 공식 상영에 들어갔다.
상영에 앞서 극장운영자협회는 당초 체결한 영화 배급 계약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것으로, 계약에서 정한 법적 의무를 지키며 더 배트맨을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 극장들이 할리우드 영화 상영을 강행한 것은 서방 제재로 수입이 급감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지난 2월 러시아 영화관들은 배급사 유니버설 픽처스 러시아와 더 배트맨 상영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 3월 초 더 배트맨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를 비롯해 월트디즈니와 소니 픽처스 등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서방 제재 대열에 합류해 예정했던 러시아 내 신작 개봉을 중단했다.
러시아 극장들과 영화 배급 계약을 한 유니버설 픽처스 러시아도 활동을 중단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러시아에서 신작 개봉을 금지하자 극장들은 관객 감소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연해주 지역 극장들은 이전과 비교해 수입이 50∼8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까닭에 일부에서는 할리우드 최신 영화를 제목만 바꾼 채 불법 상영하기도 했다.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한 극장은 더 배트맨의 제목을 '박쥐'로 바꿔 상영해 논란이 일었다.
프리마메디아에 따르면 계속되는 운영난으로 지난 3월 이후 연해주에서는 극장 5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등은 경영 악화 상황이 지속하면 운영을 중단하는 극장이 더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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