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우회로'…중러 무역·경협 속도내나
'러시아판 다보스포럼'서 中 존재감…1~5월 러시아 가스 중국 수출 67%↑
'인플레 비상' 미국 등 서방, 실효적 대응 수단 미지수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2월24일) 이후 4개월 가까이 흐른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주도의 대 러시아 제재를 중·러 교역이 상쇄할 것이라는 예상이 점점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17일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5일 개막한 연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중·러 협력이 주목받고 있다고 썼다.
보도에 따르면 포럼에는 기계, 자동차 부품, 산업장비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40여 개 중국 기업이 참가했다.
포럼에서 무역 활성화와 물류 촉진 등과 관련한 실용적 대화, 2024년까지 양국 교역액 2천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앙·지역 당국과 기업들의 역할 등에 대한 대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작년 140개국 1만3천500여명이었던 포럼 참가자가 올해는 서방의 '러시아 보이콧' 흐름 속에 90개국 3천명 이하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등 행사는 쪼그라들었지만 그럴수록 중국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양상이다.
무역 측면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상황은 수치로 드러난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의 대러 무역 규모는 작년 동기보다 28.9% 증가했다. 중국의 전체 무역 증가율 10.3%를 훨씬 웃돈다.
5월 중국의 대러 수출은 43억2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6% 감소한 반면 대러 수입은 102억7천만 달러로 79.6% 증가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사장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지난 1~5월 중국으로의 가스 수출을 작년 동기 대비 67%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서방의 제재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중국 가전기업 등이 러시아 수출에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과 우크라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러시아가 교역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화한 것은 분명해 보이는 것이다.
쉬포링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결국 중국의 대러 투자는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며 가스관과 같은 인프라 분야의 잠재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쉬 연구원은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스관이 점차 제한됨에 따라 러시아는 향후 남부 및 동부 쪽으로 확장할 것이 확실시된다"며 "그것은 중러 미래 협력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교역 인프라 측면에서 아무르강(중국명 헤이룽장)을 사이에 둔 러시아 아무르주 블라고베셴스크와 중국 헤이룽장성 헤이허를 잇는 자동차 전용 다리가 지난주 운영 승인 2년 만에 정식 개통돼 화물 운송을 시작했다.
중국은 우크라 전쟁 개전 이후 줄곧 제재 반대 방침과 함께 중러간 정상적인 교역은 서방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임을 밝혀왔다. 심지어 지난 15일 이뤄진 중러 정상 통화 후 크렘린궁은 "서방의 비합법적인 제재 정책의 결과로 조성된 국제 경제 상황에서 에너지·금융·산업·운송 등의 분야에 걸친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러 교역이 '현상 유지'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 등 서방도 중국의 이 같은 '제재 우회로' 역할을 견제할 것으로 보이나 당장 미국부터가 인플레이션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대 중국 제재 조치를 빼 들긴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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