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美대사 "제로코로나 내년말까지 갈듯…지내기 힘겹다"(종합)
"미중 관계 50년 만에 최저…공통점 찾아야"
(홍콩 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조준형 특파원 = 니컬러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대사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내년 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번스 대사는 16일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 화상으로 참여해 이같이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전했다.
지난 3월 중국에 부임해 3주간 격리를 겪은 번스 대사는 중국의 엄격한 격리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베이징에서 지내는 것이 힘겹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국에 도착한 이래 현지 일반인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식당에 가거나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대체로 불가능하며, 그간 미 대사관이 정례 행사로 진행해온 학생, 기업인, 정치 지도자들과의 만남이 대부분 중단됐다고 밝혔다.
번스 대사는 또 자신이 업계 인사들과 대화해 본 결과 중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이 종료되는 것을 보기 전에는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일반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기에 웨이보나 위챗 등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부인과 함께 자금성을 방문한 것을 포함해 여러 중국 관련 게시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최근 발표한 대중국 전략에 관한 게시글은 2시간 30분 만에 중국 당국의 검열로 삭제됐다. 며칠 후 해당 글을 다시 게시했지만 이 역시도 20분 만에 삭제됐다.
번스 대사는 "이것이 그들의 경기 방식"이라며 "나는 이에 매우 실망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중국 외교장관의 연설을 검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으며 그럴 역량도 없다"고 덧붙였다.
번스 대사는 중국에서 국수주의와 이웃국들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가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관계가 경쟁의 강도에서 지난 50년간 이 정도 수준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여기 베이징 정부의 행동으로 중국인들이 역내에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중 관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우리가 경쟁 모드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은 비밀이 아니다. 그러나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그런 공통점을 찾아 추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와 워싱턴에 있는 동료들의 임무 중 하나이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번스 대사 발언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 논리로 맞받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출발점은 14억 인민의 생명 안전과 건강을 제1순위에 둔다는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인민지상, 생명지상'의 집권 이념을 충분히 체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방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중국 감염자 및 사망자 비율을 거론하면서 중국이 방역에 손을 놓을 경우 1억1천200만 명이 감염돼 약 160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치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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