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회수 러 무기에 버젓이 미국산 부품…美 조사착수

입력 2022-06-16 21:08
수정 2022-06-17 14:14
우크라서 회수 러 무기에 버젓이 미국산 부품…美 조사착수

"2014년 대러 수출통제 강화했는데 어떻게 들어갔나"

FBI·상무부, 제조사 방문해 부품 유입 경로 확인 작업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크라이나에서 회수된 러시아 군사 장비에서 미국산 컴퓨터 칩이 발견된 가운데 미 연방기관이 이들 부품의 유입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 소식통에 따르면 상무부 수출 통제 담당 직원들과 FBI 요원들이 러시아 레이더 시스템, 드론, 탱크 등 장비에서 발견된 서구 반도체와 부품의 제조사를 방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상무부의 한 관계자는 "미 공급업체까지 추적해 어떻게 이 무기체계에 들어가게 된 것인지 파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정 부품 어떤 것이 이번 조사 대상인지는 분명치 않다.

부품 중 상당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계기로 미국이 수출통제를 강화하기 전에 제조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에 제조된 것들도 있다.

오랫동안 미국은 러시아에 최첨단 부품과 군용 부품을 판매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해왔다. 제조업체들은 정부 면허를 받아야 러시아에 수출할 수 있었다.

상용 제품용 부품은 통제를 받지 않았지만 2014년부터 면허 대상으로 바뀌었다. 올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부터는 미국을 비롯해 미 동맹국들은 러시아 군용 목적의 부품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이번 조사는 우크라이나에서 버려지거나 훼손된 러시아 군 장비에서 서구 가전제품이 다수 발견됐다는 우크라이나와 영국 등 보안 기관과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조사관을 보낸 영국의 군비분쟁연구소(CAR)는 러시아 무기와 통신장비에서 미국과 유럽 기반 업체 70곳의 부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AR 조사관 데이미언 스플리터스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마을 여러 곳에서 발견한 군용 무전기, 공중 방어 시스템, 순항미사일 잔해에서 이들 부품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품 세트의 제조 기간은 2019년, 2013∼2018년 등으로 다양했다.

스플리터스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점령으로 부과된 제재 후에도 여전히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사용 중인 주요 군사장비를 위한 중요 기술과 부품을 확보해냈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일부 부품은 식별표시가 지워져 있다며, 러시아가 공급망에 관여한 주체를 알아내기 어렵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도 최근 우크라이나에 담당 팀을 보내 러시아 무기를 조사하고 있다.

RUSI는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무선 교란 장비에서 인텔 등 미국 12개 기업의 컴퓨터 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또 유럽, 일본, 대만 등 6개 제조사의 부품도 포함하고 있다고 RUSI는 덧붙였다.

조사가 수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불법 판매 여부를 가리려면 부품 유형과 판매 날짜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보통 복잡한 유통 경로를 거치는 탓에 거래 추적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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