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싫다' 불지른 日 20대 앞날 걱정했다…그게 우토로"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작년 8월 30일 아리모토 쇼고(22)라는 20대 실직자가 재일 조선인 집단 거주지인 일본 우토로 마을에 불을 질렀다.
아리모토는 "조선인이 싫다"며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마을의 빈집에 불을 질러 일대 가옥 등 7채가 불에 탔다.
재일 조선인으로 평생 차별을 겪은 우토로 할머니들은 아리모토를 미워하는 대신 20대인 그의 앞날을 걱정했다고 한다.
지난 4월 개관한 우토로평화기념관의 다가와 아키코 관장은 15일 도쿄 일본외국특파원협회(FCCJ)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다가와 관장은 "우토로 할머니들이 '한국인이 그렇게 싫었더라면 우토로에 먼저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한 번이라도 밥을 함께 먹고 술을 마셨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20대 젊은 방화범의 범행을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재일 조선인의 생활을 우토로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대화를 했더라면 자신들이 피해자일 뿐 일본 사회에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피해자 변호인에 따르면 아리모토는 법정에서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들이 재일 조선인에 대해 나쁘게 얘기해 안 좋은 감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토로의 재일 조선인이 우토로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데 일본이 세금으로 우토로평화기념관을 만드는 것을 막고 싶어 방화했다고 진술했다.
다가와 관장은 "할머니들은 방화에 정말로 슬픔과 분노를 느꼈겠지만, 오히려 20대 젊은이의 앞날을 걱정했다"며 "이것이 우토로 사람들이 만든 커뮤니티"라고 말했다.
우토로 마을에는 일제 강점기 교토 비행장 건설을 위해 동원된 조선인이 모여 살면서 집단 주거지가 형성됐다.
이들은 일본 패전 후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차별을 받으며 생활했는데 일대의 토지를 사들인 일본 기업이 퇴거를 요구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우토로 주민의 생존권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 등이 10여 년 전 일부 토지를 매입했고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을 위한 공공 주택 건설에 나서면서 주거 문제의 해법이 마련됐다.
다가와 관장은 "증오는 재일 조선인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일본인과 일본 사회의 문제"라면서 "해결에 특효약은 없다.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재단법인 우토로민간기금재단의 곽진웅 대표는 최근 일본에서 우익과 역사수정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우려하면서 한일 양국의 민간 교류 확대를 통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일교포 3세인 곽 대표는 "공격적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역사수정주의와 싸워나가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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