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소련시절 구식철도로 돈바스 전선 보급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세할 수 있었던 것은 철도로 탄약과 보급품을 수송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군대와 중장비를 수송하는 러시아군의 주요 수단은 철도로, 우크라이나의 산업 지대인 돈바스 지역에 형성된 빽빽한 철도망이 러시아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철도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 한때 제2차 세계 대전을 겪은 나라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정예 '철도 부대'도 유지하고 있다.
이 부대는 대공포와 대포를 장착한 장갑열차를 보유했고 적의 포격을 받는 동안에는 폭격당한 궤도를 수리하는 훈련도 받았다.
실제 러시아 국방부는 현재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동부에서 1천200㎞의 철도 노선을 복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군에서 중령으로 퇴역한 알렉스 버시닌은 "우크라이나가 철로를 파괴한다고 해도 러시아군을 더디게 할 뿐 멈추게 하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철도는 러시아에서 수송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미 스탈린 체제 때부터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시베리아까지도 철도가 뻗어 있을 정도다.
러시아는 게다가 서방이 침공했을 때 철도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궤도의 간격이 더 넓은 철도를 사용한다.
과거 구소련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도 같은 규격의 궤도를 사용한 터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군장비 수송에 도움이 됐다.
러시아는 군 보급을 철도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탓에 철도망이 잘 갖춰지지 않는 곳에선 고전했다.
실제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하르키우를 신속히 점령하려 했지만 보급 문제로 실패했다.
WSJ는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이미 현대적 물류망으로 전환했으나 러시아는 과거 소련 시대 철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방 관리들은 이는 단순히 군 현대화가 실패했다는 신호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경제 구조가 여전히 근대적이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체제하에서 러시아 경제는 구소련을 뛰어넘는 성장을 이뤄냈지만 투자는 생산과 물류 선진화보다 자원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2020년 러시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에서 영토가 가장 크지만 고속도로는 155만㎞에 그쳤다. 러시아 영토의 60%인 미국의 고속도로는 676만㎞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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