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규제 확 풀었더니 "과다흡입 사망"…태국서 논란 가열
방콕 시장 "10대 등 4명 입원…학교를 대마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
보건장관 "대마 과다흡입 사망 새로운 일 아냐…뭐든 과하면 해로워"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면서 가정 내 재배까지 허용한 태국에서 대마 과다 흡입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찻찻 싯티판 방콕 시장은 지난 9일 자로 대마가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게 된 이후 남성 4명이 대마 과다흡입으로 입원했으며, 이 중 한 명이 심부전으로 숨졌다고 전날 밝혔다.
찻찻 시장에 따르면 입원한 4명 중 50대 남성이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사망했다.
10대와 20대 각각 한 명은 대마 흡입 뒤 두근거림 증상이 나타나 입원했고, 또 다른 10대 한 명도 대마 과다 흡입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찻찻 시장은 시가 이런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며, 학생과 교사들에게 대마에 대해서도 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교를 '대마 청정 지역'으로 선포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무 장관인 아누틴 찬위라꾼 보건부장관은 대마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일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면서 아누틴 장관은 모든 것이 과도하게 사용되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총리도 겸한 아누틴 장관은 대마가 마약류에서 제외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인사다.
그는 현재 품짜이타이당을 이끌고 있는데, 이 당이 지난 2019년 총선 당시 대마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누틴 장관은 총선 이후 쁘라윳 짠오차 총리 주도의 연립정부에 합류했다.
태국은 지난 2018년 의료용 대마 재배·사용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합법화했다.
당시에는 캐나다, 호주, 미국의 일부 주, 이스라엘 등이 대마를 합법화하면서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태국은 의료용 외에 대마 합법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대마를 마약법상 불법 약물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올 1월 25일 태국마약청도 대마를 규제 마약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후 왕실 관보를 거쳐 지난 9일부터 대마가 불법 마약에서 제외됐고, 가정에서도 대마 재배가 허용됐다.
다만 대마 제품이 향정신성 화학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을 0.2% 넘게 함유했을 경우 불법 마약류로 분류돼 취급이 제한된다.
이번 조치를 두고 태국 내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 왕립 소아과의사 협회는 지난주 성명을 내고 대마 재배 합법화가 젊은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솜삭 롤렉하 회장은 20세 미만은 대마 추출물을 흡입해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행동·감정은 물론 정신 건강에도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부 의학국의 솜삭 악신 사무총장도 지난 13일 대마를 의료용이 아니라 단지 즐기기 위해 피는 것은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특히 25세 이하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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