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봉쇄시위 주도 원주민 지도자 체포…시위대 반발
연료비 인하 등 요구한 원주민 시위대, '민중 봉기' 예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에콰도르가 도로 봉쇄 시위를 벌인 원주민 단체 지도자를 체포하자 성난 시위대가 더 큰 시위를 예고했다.
에콰도르 경찰은 14일(현지시간) 최대 원주민 단체인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 대표 레오니다스 이사를 이날 새벽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가 고속도로를 봉쇄한 채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에콰도르 원주민들은 연료 가격 급등 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당국에 요구하며 전날 전국 곳곳의 도로를 막고 투쟁을 개시했다.
휘발유·경유 가격 인하와 영세 농민에 대한 대출 상환 유예, 신규 석유 개발 중단,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등이 시위대의 요구사항이었다.
이사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당국과 협상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위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은 "국가를 마비시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고, 시위가 격화하자 곧바로 이사 등을 체포했다.
원주민 단체는 이사의 체포가 '불법'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이사가 이송된 검찰청 밖에서는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에콰도르토착인연맹은 '민중 봉기'를 촉구했다.
에콰도르 인권단체 INREDH는 트위터에 "정부의 시위 통제 전략이 잘못됐다"며 "이사의 체포는 더 큰 분노를 일으켜 시위 격화를 이끌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콰도르의 원주민은 1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가량이지만, 과거 몇 차례의 대규모 시위로 작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2019년엔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에 맞서 CONAIE 주도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10여 명이 숨지는 격렬한 시위 끝에 정부가 결국 보조금 폐지를 철회했다.
1997년과 2000년, 2005년 세 명의 에콰도르 전직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진한 것에도 원주민들의 시위가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