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피해 확산에 2차례 마라톤협상 결렬후 극적 타결…공은 국회로

입력 2022-06-15 01:35
수정 2022-06-15 07:37
산업계 피해 확산에 2차례 마라톤협상 결렬후 극적 타결…공은 국회로

화물연대·정부, 한 발짝 물러서 막판 타협…국회서 안전운임제 후속 논의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선 지 7일만이자 8일째인 14일 정부와의 막판 협상을 타결 짓고 업무 현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그간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산업계의 피해 확산도 막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파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를 내년 이후에도 계속 시행키로 합의하면서 극적 타협점이 마련된 것이다. 화물연대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함께 요구했던 전 품목 확대 시행 카드를 일단 접고 지속해서 논의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안전운임제에 대한 보완 또는 수정 입법 작업은 국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안전운임제 연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어서 국회가 열리면 안전운임제 연장 및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10시 40분께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5차 실무대화 결과 안전운임제 연장 시행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협상 시작 2시간 40여분 만에 들려온 타결 소식이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앞서 지난 11∼12일 이틀간 진행한 '마라톤 회의'에서도 실무선에서 안전운임제 연장 등의 안건에 대해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를 두고 화물연대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합의안을 뒤집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고, 국토부와 국민의힘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12일 협상 결렬 뒤 이틀간 공식적인 대화 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하면서 '대화의 문이 닫힌 것 아니냐'며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양측이 조심스럽게 물밑 대화만 이어가던 중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경기도 의왕ICD를 방문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원 장관은 의왕ICD 방문 자리에서 "국민 경제를 볼모로 일방적인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압박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이번에 대화의 문이 열리면 결론을 내야 한다"고 화물연대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



화물연대는 원 장관의 의왕ICD 방문 직후 국토부에 "오늘 저녁 8시 의왕ICD에서 화물연대랑 대화하자"고 제안했고, 국토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다시 공식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대화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던 양측이 공개적으로 협상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이날 중 협상 타결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산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도 정부와 화물연대 양측을 모두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대화가 시작된 뒤 주변에서는 정부·노조 양측이 이미 물밑 대화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의견 접근을 이뤘으며 최종 타결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는 말이 흘러나와 협상 전망을 밝게 했다.

결국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이번 파업에서 요구해 온 안전운임제를 계속 시행하고, 적용 대상 차종과 품목도 확대하는 방안을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유가보조금 확대 지급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관가에서는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및 전차종·전품목 확대' 요구안에는 못 미치지만, 정부가 권한을 갖고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은 대부분 합의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화물연대의 파업 종료로 산업계가 우려하던 추가 피해는 막게 됐다.

화물연대의 8일간 파업으로 자동차, 철강, 시멘트 등의 품목에서 생산·출하량이 감소하는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피해가 발생했다. 시멘트 출하가 지연되면서 레미콘 공장의 90% 이상이 가동을 멈추고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의 피해가 보고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피해액만 1조6천억원이 넘는다.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8일째를 맞으면서 전국 주요 항만과 국가 주요 생산시설들이 일주일 넘게 마비됐다"며 "화물연대가 현업으로 복귀해 수출입 화물운송을 다시 살리고, 상생의 협상을 재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협상 타결로 안전운임제 연장 시행과 이를 위한 법률 개정 작업의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국토부는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의 시행 성과를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국회에 보고하고 관련 입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의 영구 법제화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면서도 일단 연장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전운임제가 결국 화물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제에 가까운 것 아니겠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열어놓고 계속 논의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협상 타결 직후 구두 논평에서 "대승적 합의"라고 평가하면서 "국민의힘도 이 합의를 존중하며, 화주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국회 차원의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민생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가장 긴급한 문제가 바로 화물연대 파업 문제"라며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에는 이미 안전운임제 상설화를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과 화물차 안전운임 적용 대상을 전 품목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같은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여서 이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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