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엄마들이여 더 참겠습니까"…워킹맘 '분노의 영상' 강타
세자녀 둔 31세 여성 "전기 끊길까, 애들 뭘 먹일까 날마다 걱정"
순식간에 조회수 수만건…쿠바 당국 긴급 회동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내 아이들은 먹을 게 없어요. 신발도, 옷도 구할 수가 없죠. 쿠바에서 사람답게 살려면 해외에서 친척들이 돈을 보내줘야 하니까요"
페이스북 영상에서 전기료 고지서를 흔들어대며 생활고를 호소한 쿠바의 세아이 엄마가 'SNS 투사'로 떠올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31세인 아멜리아 칼자딜라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세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전기료 폭탄, 생필품 부족이 겹치면서 하루하루 불안과 고통 속에 지내는 실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통역사로 일한다는 그는 영상에서 "아침마다 혹시나 오늘은 전기가 끊기지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뭘 먹일지 걱정해야 한다"며 " 더는 못견디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수요일마다 전기가 끊기고, 애들에게 먹일 게 없다"며 일상생활조차 힘겨운 상황이라고 조목조목 따지면서 "쿠바 엄마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은 이걸 얼마나 더 참을 것인가"라며 호소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문제가 지역 당국이 아닌 '윗선'에 있다면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과 장관들이 사태 해결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여러 SNS 계정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가 이날 현재 조회 수가 수만건을 기록 중이다.
쿠바 관영 매체는 이 영상이 "전형적인 선동"이라며 깎아내렸지만 점점 파문이 커지면서 쿠바 당국자들은 13일 칼자딜라와 긴급 회동을 마련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칼자딜라는 당국자 회동 이후에 올린 영상에서도 "해결책이 없었다"며 "그들이 다시 전화해오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공산 국가인 쿠바에서는 이같이 정부의 정책 실패에 공개적으로 날을 세우는 일은 매우 드물다.
칼자딜라의 목소리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반정부 세력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배후는 미국이며 그가 돈을 목적으로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칼자딜라는 "내 주장은 쿠바 지도자를 향한 것"이라며 어떤 배후도 없다고 일축했다.
쿠바는 옛 소련 붕괴 이후 경제난이 이어지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의 제재가 겹치면서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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