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투자 자금도 빼가…이달 韓주식·채권서 10조 회수(종합)

입력 2022-06-14 17:59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도 빼가…이달 韓주식·채권서 10조 회수(종합)

이달 7거래일간 코스피·코스닥 3조4천억원 순매도…채권 6조 순회수로 전환

"외국인 자금 이탈로 달러 유동성 경색 우려"…한미·장단기 금리 역전 우려

정부·한은, 시장 예의주시…"국채 3조 바이백·필요 땐 안정조치"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채새롬 홍유담 이미령 기자 = 미국 통화당국이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에 국내 주식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7거래일간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회수한 투자자금은 10조원에 육박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하면 시장 안정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 외국인, 금리발작에 채권 자금도 빼가…7일간 6조 순회수

1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이달 들어 2일부터 이날까지 8거래일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주식을 순매도한 규모는 3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또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전날까지 이달 7거래일간 투자 자금을 대거 회수했다.

장외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전날까지 2조1천657억원을 매도하고 5조1천419억원을 매수해 2조9천762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외국인은 만기 도래 채권 9조4천58억원어치를 대거 상환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 6조4천296억원 규모의 순회수 상태를 나타냈다.

외국인 국내 채권시장에서 매수 규모가 매도와 만기상환보다 크면 순투자, 반대 경우는 순회수 상태로 각각 본다.

현지 시간 14∼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코스피는 2,492.97에 마쳐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했다.

코스피 종가가 2,50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11월 13일(2,493.87)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92.5원까지 뛰어 2020년 3월 19일(고가 기준 1,296.0원) 이후 약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종가는 전날보다 2.4원 오른 달러당 1,286.4원에 마쳤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548%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2012년 3월 30일 3.55% 기록한 이후 10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3년물 금리는 장 초반 3.682%까지 치솟기도 했다.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국고채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3년물 금리는 10년물, 20년물보다 각각 14.3bp, 0.4bp 낮지만 30년물, 50년물보다 각각 11.9bp, 14.8bp 높았다.

통상 채권금리는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높지만, 투자자들이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면 금리차가 줄거나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우려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화 외에 자산을 다 줄이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한은, 필요 땐 시장 안정조치…"달러 유동성 경색 우려"

미국 금융시장에선 연준이 당초 계획보다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염려가 커졌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상승해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월가 주요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선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연준이 금융시장의 전망대로 이번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에 0.75%포인트를 인상한 이후 27년7개월 만이다.

시장에선 한미 금리와 장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현물 잔고가 줄면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할 수 있어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 신용위험, 달러 유동성 경색 현상을 자극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긴축을 강도 높게 하면 자금 이탈 흐름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미 금리 역전으로 미국으로 돈이 대거 이동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으나 2018년에도 금리 역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가 신용등급도 높아진 데다 같은 등급의 프랑스나 영국보다 금리가 높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정부도 바짝 긴장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한국은행과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이번 주로 예정된 국고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에 예정된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주재로 '긴급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FOMC를 전후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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