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물류정상화 시급…시멘트업계 누적손실 912억원"(종합)

입력 2022-06-14 12:25
수정 2022-06-14 14:09
산업계 "물류정상화 시급…시멘트업계 누적손실 912억원"(종합)

화주협의회, 화물연대에 현업복귀 촉구…"수출중소기업, 선적취소로 존폐 위기"

철강업계 "피해규모 72만t"…석유화학업계 "내일이면 상당수 NCC 가동 멈출 듯"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가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화물 운송의 조속한 정상화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으로 물류 피해가 확대되면서 각 업종별 협회들도 해당 업종의 화물연대 측에 업무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

화주협의회와 한국철강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업종별 협회는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를 요구했다.

화주협의회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8일째를 맞으면서 전국 주요 항만과 국가 주요 생산시설들이 일주일 넘게 마비됐다"며 "전국의 사업장에서 수출 물품의 선적이 취소되고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일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매일 포항제철소 2만여t(톤), 광양제철소 1만5천여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선재공장과 일부 냉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현대차[005380] 울산공장은 부품이 입고되지 못해 조업 차질이 지속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화주협회는 전했다.

또 울산·여수·대산 산업단지의 주요 화학 기업들도 출하량이 평소의 10% 수준에 머물면서 산업 각 분야로 공급돼야 할 주요 소재들이 적기에 운송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주협의회는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이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화주협의회는 "중소기업에는 1∼2건의 선적 취소도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선복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신히 선박을 확보했는데도 항만까지 운송해 줄 화물차를 배차받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고, 중요한 바이어들과의 거래가 중단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수입 통관까지 마치고 항만에서 대기 중인 원자재들이 공장으로 제때 반입되지 못해 생산이 늦어지고 납기를 놓치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농가에서 생산된 양파, 양상추 및 청과류가 선박에 실리지 못해 막대한 보관 비용이 발생하거나 수출용 오리털의 출고 작업을 진행하지 못해 폐기되는 등 수출용 농축산물의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화주협의회는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7%포인트(p)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고 6월 들어 수출이 12.7%나 감소하는 등 수출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이 모두 고통받고 있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화물연대가 현업으로 복귀해 수출입 화물운송을 다시 살리고, 상생의 협상을 재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기업과 물류는 불가분이자 상생의 관계로, 물류는 우리 경제의 혈관과도 같다"며 "화물연대가 먼저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 적정한 운임과 제도 운영에 대한 합리적 방안을 찾아 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실장,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본부장 등 업종별 협회 대표가 참석해 각 업계의 피해 상황을 전했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시멘트 업계의 어제자 출하량은 2만t대로 평시 출하량의 13%를 출하하는 데 그쳤다"며 "추가 차질은 15만6천t으로 약 145억원의 손실이 하루만에 발생하면서 파업이 시작 이후 누적 손실액이 912억원에 달한다. 오늘을 지나면 피해 규모가 1천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시멘트 업체들의 재고 수용 능력에 한계에 달해 파업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이번주 말께는 킬른(소성로) 등 주요 생산 설비 가동이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실장도 "어제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지난 12일까지 발생한 철강업계의 출하 피해 규모는 총 45만t으로 약 7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다만 이는 국내 주요 대기업 5개사 기준으로, 조사대상 기업에 2개사를 추가하고 기간을 13일까지로 늘리니 피해 규모는 72만1천t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철강을 재가공해 자동차 기업 등에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진다"며 "적치 공간의 부족으로 후판, 열연강판 등 철강재 품목들로까지 생산 중단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일부 회사들이 지난 주말께부터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현재 10%의 물량만 출하 중"이라며 "대형 8개사 기준으로 일평균 6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해 누적 5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며, 전체 32개사 기준으로 보면 피해 금액이 4배 수준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내일 저녁 정도면 상당수 업체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의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예상돼 이번주 중반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일평균 3천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반도체 수급난에 화물연대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자동차업계는 어제까지 5천7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직까지는 대체 화물차와 미리 확보한 재고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이번주 후반부터는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생산 차질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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