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총련에 재일민단과 연대 강화 지시…왜?
단장 선거 파행 후 민단 분열하는 사이 세력 확장하라는 지시?
여건이 단장, 김정은 발언 민단 내부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선총련)에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등과의 '민족단결사업' 강화를 지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29일 도쿄에서 열린 조선총련 전체 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조선)총련은 민족대단결의 기치 아래 민단을 비롯한 조직 외 동포와의 민족단결사업을 강화해 통일애국세력을 한층 확대하고 그들과의 공동행동, 공동투쟁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민단을 직접 언급하며 조선총련에 연대할 것을 지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내 한국계와 북한계를 대표하는 동포단체인 민단과 조선총련은 70년 이상 대립과 반목을 이어왔다.
두 단체는 2006년 5월 17일 6·15 및 8·15 행사 공동 개최 등 6개 항의 합의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민단 내부 반발이 확산하면서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이후 민단과 조선총련 사이의 교류와 협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여건이 민단 단장은 지난 10일 담화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민단 관련 언급을 소개한 뒤 "북한의 주체사상으로 민단을 끌어들여 공동행동으로 통일애국세력을 확대하라는 지령"이라며 각급 조직에 "조선총련의 책동에 선동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민단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단장 선거 파행에서 비롯된 민단 내부 분열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 단장이 경쟁 후보의 자격이 박탈된 상태에서 투표함 개봉도 없이 작년 4월에 재선되자 민단은 극심한 내부 분열을 겪었다.
민단의 한 관계자는 "민단이 흔들리는 사이에 조선총련의 세력을 넓히라는 지시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 단장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민단 내부 정치에 이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여 단장은 담화문에서 "2006년 조선총련의 생각과 가까운 인사에 의해 민단과 조선총련을 일체화하려고 했던 '5·17 사태'(민단과 조선총련이 발표한 공동성명)가 일어났는데 동포사회와 일본 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이 제기돼 저지된 경위가 있다"며 "작년 이후 거짓말과 비방, 중상을 반복해 민단에 혼란이 초래된 요인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단 단장 선거 파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을 비판한 세력이 조선총련과 가까운 인사들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사용한 셈이다.
한 재일동포는 여 단장의 이런 담화문 내용에 대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에 '빨간 딱지'를 붙이면 자신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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