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바다 포식 어류 게걸스럽게 만들어
먹이사슬 바닥에 피해 전가해 균형 파괴…미주 연안서 3개 실험 통해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 포식자의 활동량을 늘려 더 많은 먹이를 먹게 함으로써 피식자들이 대가를 치르고 궁극에는 먹이사슬의 바닥으로 전가되며 수천년간 유지돼온 균형이 깨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미스소니언협회에 따르면 스미스소니언환경연구센터(SERC)의 해양생물학자 게일 애슈턴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알래스카에서 티에라 델 푸에고에 이르는 미주대륙의 태평양과 대서양 연안 36곳에서 3가지 실험을 진행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여러 개의 막대기에 건오징어 미끼를 달아 한 시간 동안 물속에 넣어두고 얼마나 먹어 치웠는지를 통해 어류의 포식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수온이 높은 곳에서 포식 활동이 더 강했으며 20℃ 이하 찬 수온에서는 포식 활동이 영에 가깝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템플대학 생물학 부교수 에이미 프리스톤은 "이 온도는 해안 해양생태계에서 생태적 '급변점'(티핑포인트)를 나타낸다"면서 "기후변화로 수온이 이런 티핑포인트를 넘어 더 오르는 연안이 점점 늘어나 생태계 기능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배고픈 포식자들이 늘어난 바다에서 먹이가 되는 피식자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더 진행했다. 해저에 플라스틱 판을 설치해 멍게와 이끼벌레 등 먹이가 되는 생물이 군락을 형성할 수 있게 하고 일부만 보호망을 씌워 포식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10주 뒤에는 이 중 절반의 보호망도 벗기고 2주가량 더 놓아둔 뒤 각 사례를 비교했다.
이 실험에서 먹이 생물의 총생물량은 보호망이 없을 때 열대 수역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으며, 수온이 가장 낮은 곳에서는 보호망 유무에 따른 차이가 없어 포식자가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포식자가 바닷물을 걸러내고 피난처를 제공하는 멍게를 먹어 치운 뒤 그 공간을 이끼벌레가 차지하는 생태적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이는 수온 상승으로 포식 활동이 늘어나면서 바뀐 생태 변화의 한 사례일 뿐이라고 했다.
SERC 해양침입종연구실의 그레그 루이스는 "포식 활동의 변화로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게 될 것"이라면서 "일부는 보호를 받고 다른 일부는 더 취약해질 텐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애슈턴 박사는 "수천년이 걸려 벌어질 일이지만 인간이 훨씬 빠른 속도로 수온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특히 적도 수역은 지금까지 봐온 것보다 수온이 더 크게 올라 "(이런 수온에 관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로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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