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쟁 100일간 에너지수출로 125조원 벌어…EU가 61% 구매"
"하루 평균 1조2천500억원 챙겨…일일 전쟁비용 1조1천300억원 능가"
"한·미·스웨덴 등은 러산 수입 줄여…인도·중국 등은 오히려 늘려"
"기업도 러산 에너지 수입 지속…한국선 한전·포스코·현대제철 등"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상당수 국가가 여전히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첫 100일 동안 화석연료 수출로 930억 유로(약 125조원)를 벌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핀란드의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원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수출로 얻은 수입을 추정한 보고서를 1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로 하루 평균 9억3천만 유로(약 1조2천500억원)를 벌어 러시아의 일일 전쟁 비용으로 추정되는 8억4천만 유로(약 1조1천300억원)를 충당하고도 남았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가 이 기간 벌어들인 930억 유로의 61%에 해당하는 570억 유로(약 76조7천700억원) 상당의 화석연료를 수입했다.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를 나열하면 중국(126억 유로), 독일(121억 유로), 이탈리아(78억 유로), 네덜란드(78억 유로), 터키(67억 유로), 폴란드(44억 유로), 프랑스(43억 유로), 인도(34억 유로) 등이다.
한국은 인도 다음으로 수입 액수가 많았다.
원래 독일이 러시아 에너지의 가장 큰 고객이었지만 독일이 수입을 줄인 반면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이 예년 수입량을 유지하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다만, 여러 국가가 구매 중단에 동참하기 시작한 5월에는 전체 수입량이 전쟁 전과 비교해 약 15% 감소했다.
감소폭이 가장 큰 국가는 미국(100%), 스웨덴(99%), 리투아니아(78%), 이집트(69%) 등 순이다. 일본(50%)과 한국(14%)도 수입을 줄였다.
그러나 화석연료 수요가 증가한 덕분에 러시아의 평균 수출가격은 작년보다 60% 늘었다고 CREA는 설명했다.
인도, 프랑스,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히려 수입을 늘렸다.
특히 인도의 수입량이 크게 증가해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18%를 가져갔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상당량을 정제한 뒤 미국과 유럽에 다시 수출해 에너지 제제에 큰 구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CREA는 평가했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는 현물시장에서 러시아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다. 현물시장 거래는 과거에 체결한 계약 이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산 에너지를 자발적으로 구매한 셈이라고 CREA는 설명했다.
CREA는 또 선적 기록 등을 확인해 3∼4월에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수입한 기업 23곳을 파악했다.
이 중에는 한국의 한국전력공사와 포스코, 현대제철, 한국가스공사가 포함됐다. 포스코는 5월에도 계속 구매했으며, 한국전력공사와 현대제철은 5월에는 물량을 받지 않았다. 다만 거래를 중단한 것인지, 5월에는 들어올 예정인 물량이 없기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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