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태국 대마재배 허용…"유엔 등 국제기구 지켜보는 중"

입력 2022-06-13 11:59
말 많은 태국 대마재배 허용…"유엔 등 국제기구 지켜보는 중"

전문가 "국제조약 위반 결론내리면 남미 일부처럼 세계가 압박할 수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정부가 지난 9일부터 일반 가정에서도 대마를 재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관련, 마약 관련 국제조약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3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유엔 산하 국제마약 감시기구(INCB)의 의장을 지낸 위롯 숨야이 INCB 고문은 유엔 등 국제기구가 태국 정부의 대마 재배 허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마 합법화' 이후 태국이 유엔에 해명을 요청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이 태국의 대마 재배 합법화 법안을 살펴볼 것이고, 이 법안이 1961년 제정된 마약류에 대한 국제조약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 태국은 문제점을 고쳐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국의 더 많은 지역에서 불법적인 마약 거래가 발생한다면 INCB는 유엔의 경제사회이사회 앞에서 발표할 것이며, 전 세계는 우리가 국제조약을 어겼다는 것을 연례보고서를 통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롯 고문은 이런 일이 발생하면 코카인 생산 지역이 엄청나게 커진 남미 일부 국가의 경우처럼, 다른 국가들이 태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관계를 격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를 포함해 몇몇 국제기구가 우리의 대마 정책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태국 마약통제국(NCB)도 태국이 1961년 마약 국제조약 서명국이기 때문에 대마 합법화의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1961년 체결된 마약 국제조약은 대마를 마약으로 분류하고 있고, 감독 하에서 의료용으로만 사용이 허용된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태국 정부는 지난 9일부터 가정에서도 대마 재배를 허용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대마를 마약법상 불법 약물에서 제외하고, 올해 1월 25일 태국마약청이 대마를 규제 마약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승인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대마 제품이 향정신성 화학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을 0.2% 넘게 함유했을 경우 불법 마약류로 분류돼 취급이 제한된다.

태국은 지난 2018년 의료용 대마 재배·사용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합법화했다.

당시에는 캐나다, 호주, 미국의 일부 주, 이스라엘 등이 대마를 합법화하면서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의료용에 이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마 합법화는 2019년 총선 당시 품짜이타이당의 공약이었다.



대마 재배를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이라는 이유도 내걸었다.

품짜이타이당은 아누틴 찬위라꾼 현 부총리 겸 보건부 장관이 이끌고 있다.

마약·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 왕립 소아과의사 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대마 재배 합법화가 젊은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대마 권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정 내 대마 재배는 태국 식품의약청(FDA) 웹사이트에 신청만 하면 되는데, FDA는 신청자가 몰리자 두 번째 웹사이트를 추가 개설했다.

신문에 따르면 사흘간 56만명 이상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협동조합부는 또 50만 가구에 대마 묘목 2개씩, 총 100만개를 무료로 나눠줄 방침이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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