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총기규제안 합의에 유족 환영 "의회, 수십년 만에 행동"

입력 2022-06-13 10:15
미 상원 총기규제안 합의에 유족 환영 "의회, 수십년 만에 행동"

일부선 "중요한 진전이지만 이걸로 끝나선 안돼…더 많은 조치 필요"

"총기산업 지배 끝낼 새로운 시작…공격용 소총 완전 금지해야"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 총기난사 생존자와 유족은 연방상원에서 여야가 총기 규제 협상을 타결한 것을 두고 의회가 수십년만에 행동에 나섰다며 환영했다.

다만, 일부는 이번 합의만으로는 총기 비극을 막을 수 없다며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일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11년 전 유권자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총기 난사에서 살아남은 개브리엘 기퍼즈 전 애리조나주 하원 의원은 그동안 의회가 무력했다면서 "하지만 오늘 우리나라는 여야의 총기 협상 타결로 중요한 전진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 총격 생존 학생을 중심으로 조직된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의 공동 설립자인 데이비드 호그는 성명에서 "덜 망가진 사회라면 누군가 총을 사려고 할 때마다 신원조회를 요구할 수 있고 공격용 소총은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구하거나 단 한 번의 총기 난사를 막을 수 있다면 이 규제를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 이런 법은 30년 만에 처음 현실화된 것으로, 의회 조치의 시작이어야지 이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 20명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합의안은 18∼21세 신원조회 강화, 심리치료 예산 확대, 위험한 인물로부터 총기를 압수할 수 있는 '레드플래그'(red flag) 법 제정을 위한 예산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총기 규제단체가 요구한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나 공격용 소총 구매 가능 연령 상향 등은 반영되지 않아 지난 8일 하원에서 통과한 규제안에서 후퇴했다.



파크랜드 총격으로 딸을 잃은 프레드 구텐베르크 씨도 트위터에서 "많은 내용이 담기진 않았지만 30년 노력의 결과다. 이 총기 규제는 생명을 구하고 총기 폭력을 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2년 샌디 훅 초등학교 참사로 아들을 잃고서 총기 폭력 예방단체를 이끄는 니콜 호클리 씨 역시 트위터를 통해 "이번 규제가 모든 총기 폭력을 해결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며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새로운 연방 총기 규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총기 규제 단체는 의회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수십년간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된 총기 규제를 관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브레이디센터의 크리스 브라운 회장은 성명에서 "총기 산업의 지배를 끝낼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면서 "이번 합의는 칭찬할만하지만, 우리 노력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합의가 만족할만한 법안으로 만들어지고 바이든 대통령이 법으로 서명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행동을 촉구하는 엄마들'(Moms Demand Action)을 창립한 섀넌 와츠도 성명에서 "우리는 여야 대치를 극복하면서 총기 규제가 좋은 정책일 뿐 아니라 좋은 정치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에도 어김 없이 미국 전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이어졌다.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10∼12일에만 디트로이트와 시카고 등 7개 도시에서 총격으로 최소 5명이 죽고 27명이 다쳤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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