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북결속 과시했지만…한일 초계기 갈등 응어리 남아"
日 신문 "일본 방위상, 한국 국방장관과 눈 마주치려고도 안해"
"발표문에 3국 훈련 기재한 것은 미국의 강한 의향 때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이 한자리에 모여 안보 협력을 약속했으나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열리지는 않았다.
일본 측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진전하고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3국의 결속을 보여줬지만, 한일 국방 당국 사이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11일(현지시간)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이 참석하는 3국 국방장관 회의가 열렸다.
2019년 11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회의 이후 2년 7개월 만에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가 성사된 것에 관해 아사히신문은 "위협을 늘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대응 등을 이야기하고 3국 결속을 과시했다"고 12일 보도했다.
미·중 대립 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 등 여러 과제에 직면한 미국 조 바이든 정권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특히 한미일 3국 협력을 중시하는 가운데 회담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열리지 않았고 양국 간에는 여전히 감정의 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는 한일 양국의 공식 회담은 없었다며 "관계 개선의 시계(視界)가 맑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기시 방위상은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지 않은 이유에 관해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회담에 관해서는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하겠다"고 11일 기자들에게 말했다.
기시 방위상은 언론에 공개된 3국 회담 초반에 오스틴 장관이 말을 걸자 웃는 얼굴을 보였으나 이 장관과는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은 회담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한미일의 회동이 성사된 것은 미국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를 마치고 발표된 공동 보도문에 3국 미사일 경보 훈련 등의 방침이 기재됐는데 이에 대해 방위성 관계자는 "미국의 강한 의향"이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한일 간 마찰의 원인인 역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양국이 협력하기 쉬운 북한 대응에서 실무적인 협력을 서두른 것이며 미국이 중개 역할을 했다고 요미우리는 분석했다.
한일 국방 당국이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해군 구축함과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이에 벌어진 이른바 '레이더 겨냥-위협 비행' 논란을 꼽을 수 있다.
이는 2018년 12월 20일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에서 표류 중인 북한 어선 수색작업을 벌일 때 근처를 날던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사격관제용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당했다고 일본 정부가 주장하면서 촉발된 갈등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조난 선박을 찾기 위해 항해용레이더와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하고 있었고 일본 초계기가 빠르게 저공으로 접근하자 이를 식별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켰을 뿐 해군이 초계기를 향해 빔을 쏘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측은 구조 작전이 진행 중인데 일본 초계기가 함정 위로 비행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양측의 설명이 엇갈린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한국 해군 함정이 레이더로 자국 초계기를 겨냥한 증거라면서 초계기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국방부는 이에 맞서 해경이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한일 간 대립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방위성 간부는 "양국 부대 간의 신뢰 관계에 관한 중대한 문제다.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다"고 반응하는 등 여전히 응어리가 남아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다음 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국에 접근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으며 본격적인 한일 관계 개선은 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관측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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