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TSMC, 수율·장비 문제로 첨단반도체 생산차질 우려"
WSJ "스마트폰·AI·자율주행 등 기술혁신 늦어질수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2년째 지속돼온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첨단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진단했다.
그간 반도체 부족 현상은 차량용 반도체 등 첨단 공정과 거리가 있는 비교적 저부가가치 제품 중심이었고, 최첨단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최고 성능의 반도체들은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삼성전자[005930]와 대만 TSMC가 생산장비 부족과 수율 문제 등으로 인해 납품 기일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차세대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혁신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24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첨단 반도체의 공급 부족률이 최대 2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르면 내년부터 문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WSJ은 우선 막대한 투자비용과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최첨단 반도체 제조사가 삼성전자와 TSMC 두 곳뿐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 중 TSMC는 몇몇 고객사에 생산장비 확보 문제로 2023∼2024년에 생산량을 원하는 만큼 빠르게 늘리지 못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생산장비 조달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어 새로 주문받은 반도체의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리드타임)이 일부 경우 2∼3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필요로 하는 장비의 많은 부분은 현재 수요가 많은 구식 칩 제조에도 사용되는 것이어서 후발주자인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TSMC는 연초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과 장비 공급 물량 증대를 논의하는 등 경영진을 장비업체들에 보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WSJ은 소개했다.
이에 ASML 대변인은 현재 자사 장비에 대한 수요가 주문 이행 능력을 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칩 생산과 관련, 장비 조달 문제가 있다면서 내년 생산 계획에 문제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올해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생산 설비 확장에 총 1천800억달러(약 228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지만,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예상 매출은 1천70억달러에 그칠 정도로 반도체 생산장비의 공급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등 기술적인 문제를 겪었다고 WSJ은 지적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의 4나노 공정 반도체의 수율 개선이 예상보다 더뎌 약속한 만큼 칩을 공급할 수 없게 되자 퀄컴과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들이 TSMC로 주문을 돌렸다는 것이다.
강문수 삼성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4월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4나노 공정의 초기 수율 램프업(생산량 확대)은 다소 지연된 면이 있었지만, 조기 안정화에 주력해 현재 예상한 수율 향상 곡선 내로 진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은 이달부터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과 소비전력은 줄이고 성능은 높인 신기술로,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적용해 TSMC보다 먼저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보기술(IT)산업 컨설팅업체 IBS의 핸들 존스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수요와 생산장비 부족이 2·3나노 공정 칩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2024년과 2025년에 이들 제품의 공급 부족률이 10∼20%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퀄컴은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일부 반도체 생산업체가 일방적으로 공급량 축소를 시도했으며, 앞으로도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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