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에너지 수출 수익, 전쟁 前보다 커"…中·인도 대량 구매
로이터 "유가 급등이 서방 금수효과 상쇄"…"인도에 구매자제 요청"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러시아가 석유와 가스 등 자국 에너지에 대한 서방의 금수 조처 확대에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 수출 수익을 얻고 있다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 안보 특사는 이날 상원의 유럽 및 지역 안보협력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원유와 가스 판매로 전쟁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느냐'는 질문에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서방 정책으로 형성된 유가를 고려하면 러시아가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았다면서 "올해 러시아의 에너지원 수출 실적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호치스타인 대사의 언급은 이런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아직은 서방의 대러 에너지 금수 조처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측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로이터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러시아의 판매를 제한하려는 서방의 노력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무차별적 제재를 퍼붓고 있고 특히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세계 에너지 시장을 급속히 냉각시키면서 석유와 가스의 국제 가격 급등을 촉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날 브랜트유 가격은 배럴당 123달러(약 15만4천 원)를 넘어서며 3개월래 거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치스타인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비롯된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는 현재 누구의 예측보다도 훨씬 크고 강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금수 조치 확대에도 주요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에 기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석유를 헐값에 판매하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5월 러시아산 석유를 하루 평균 84만 배럴 사들이면서 4월보다 두 배이상 수입을 늘렸고, 6월에는 더 많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호치스타인 대사는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과 인도가 비록 헐값에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가격 급등은 러시아의 현재 판매 수익이 전쟁 이전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최근 인도 당국에 러시아산 석유를 너무 많이 구매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거래에 대해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를 부과하지 않고 있기에 인도 등의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금지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의 구매 상한선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수익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과 동맹에서 치솟는 연료 가격의 영향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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