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U '충전기 통일' 합의에도 나홀로 반대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유럽연합(EU)이 휴대기기 충전 단자를 통일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영국 정부가 이를 거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EU 합의를 따를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EU는 2024년까지 유럽 내 모든 휴대전화와 태블릿, 휴대용 스피커 등 휴대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방안에 최근 합의했다.
갤럭시폰용 충전기로 아이폰도 충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포함한 소형 전자기기들은 대부분 끝 모양이 둥글고 위아래가 같은 USB-C 타입을 적용해 사실상 세계 표준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은 2012년부터 끝 모양이 납작한 일자 형태의 라이트닝 충전 단자를 고집해왔다.
EU의 이번 합의는 충전기를 통일함으로써 한해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 1만1천t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EU는 새 규정이 시행되면 유럽의 소비자들이 연간 최대 2억5천만 유로(약 3천356억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애플에는 직격탄이다. 라이트닝이라는 독자 규격을 사용하면서 얻는 부수익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휴대기기 충전 단자 통일 방안이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영국이 EU의 합의를 끝까지 거부하면 애플은 적어도 영국에서는 고유 충전 단자가 적용된 아이폰을 계속해서 팔 수 있다.
하지만 텔레그래프는 애플이 영국을 위한 별도의 아이폰을 만들기보다는 EU 표준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4일 애플이 내년부터 생산할 아이폰에 USB-C 충전 단자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이 EU와 다른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단일통화 유로에서 빠진 뒤 지금까지 '나홀로 파운드'를 고수하는 게 대표적이다.
전기 제품의 플러그도 콘센트에 꽂히는 금속 돌기가 영국만 2개 대신 3개를 고집하는 등 독자 행보를 걷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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