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I "박사학위자 노동시장 불안정…민간진출 희망 적어"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다수가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 근무를 바라며, 민간부문 진출을 지망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9일 '국내 박사후연구원의 규모와 특성(Ⅱ): 국내 박사후연구원의 현황과 지원사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런 분석 결과를 밝혔다.
STEPI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이공계열과 비이공계열 모두 증가 추세다. 1990년 총 2천481명에서 2020년 1만6천139명으로 늘어, 30년만에 6.5배가 됐다.
STEPI는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의 특성을 더욱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2017년 8월이나 2018년 2월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들 중 1천명에 대해 패널 조사를 벌였다.
패널 중 해외 진출 등 사유로 이탈한 이들이 있을 경우는 전공과 성별, 학업전념 여부 등으로 기준으로 추가 표본을 선정했다. 조사 대상의 전공계열은 인문, 사회, 공학, 자연, 의약, 예체능 등 다양했다.
조사 결과 박사 학위 취득 직후 박사후연구원으로 진입하는 비중은 20.4%였다.
계열별로는 자연계열이 39.9%로 가장 높았고 의약계열 22.4%, 공학계열 21.3% 순이었다.
공학과 의약계열의 경우 학위 취득후 2.5∼3년이 지나면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경우가 90%를 상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이 경과한 뒤 자연계열의 취·창업 비율은 69.6%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25.6%는 여전히 박사후연구원이었다.
박사후연구원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이공계열 박사후연구원의 평균 성과는 국내 논문 1.53편, 해외 논문 9.57편으로 높은 편이라고 STEPI는 평가했다.
제1저자나 교신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비중은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 출신자가 50.1%로 가장 높았다.
박사후연구원의 40.7%는 지도교수 연구실에 남아 사업을 수행했고, 77.2%는 복수의 사업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었다.
사업을 마친 뒤 희망하는 경력은 대학이 49.7%로 가장 높았고, 공공연구기관이 28.4%였다. 민간 부분으로 진출을 희망한 응답자는 전체의 12.6%에 불과했다.
민간부분 진출지원이 목적인 '혁신성장 선도 고급연구인재 성장지원'(KIURI, 일명 '키우리') 사업에 참여한 이들조차, 민간 진출을 희망하는 경우는 20.4%에 그쳤다.
STEPI는 "박사후연구원 노동시장 불안정성의 근본 원인은 수급 구조로 배출되는 박사인력과 공공부문의 미스매치"라며 "매년 8천명 이상 배출되는 이공계 박사인력이 가장 희망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증가는 1천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대학원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 조절과 민간 부문 진출 등의 수요 확대 정책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기업과 박사후연구원이 니즈를 맞춰가는 중간과정을 거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하는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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