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영향권' 중앙아에 보폭 넓히는 中…정상 협의체제 구축
中, 중앙아와 협력으로 일대일로 박차·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모색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8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제3차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정상들 간 정기 소통 체제를 만드는 합의를 끌어낸 것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평가된다.
중국 외교부가 소개한 회의 결과에 따르면 중국과 중앙아 5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간에는 정상회의 체제 구축을 포함해 정치·경제·무역·안보 관련 포괄적 합의가 이뤄졌다.
회의를 주재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과 5개국 간 정기적인 정상 회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산하 글로벌타임스가 9일 전했다.
중국에 중앙아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협력 대상인 동시에 안보적으로도 중요하다. 서방의 인권 공세와 외부 분리·독립 지원 세력의 개입 가능성 등이 교차하는 신장 지역 안정화를 위해 중앙아 각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이번 회의 계기에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경제 상황 악화, 공급망 불안정, '색깔 혁명' 우려 고조 등 중앙아 각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경제와 안보 관련 협력 강화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거기에 더해 중국으로선 작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수 이후 중앙아에 생긴 전략적 공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 되는 외교 플랫폼을 하나 더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중국과 중앙아 5개국이 정상 간 소통 메커니즘에 합의한 것은 중·러 양국의 전략적 밀월 심화와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 심화 등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중앙아 5개국을 향한 중국의 접근에 대해 러시아에는 견제하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특히 2013년 일대일로를 시작한 이래 중국이 러시아를 제치고 중앙아 최대 투자자가 되면서 중앙아에 대한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터에 우크라이나 전쟁 계기에 강화된 중·러 간 전략적 상호 의존이 러시아의 중국 견제를 누그러뜨림으로써 중국과 중앙아 5개국 간 정상급 협의체 출범 합의가 가능했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제재 및 비난에 반대하는 등 정치적으로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러시아가 중앙아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접근에 '그린카드'를 발급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또 중앙아 국가들로선 러시아가 전쟁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경제·안보 협력 분야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대체재'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라시아 내 중국의 영향력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중국은 중앙아 국가들과 에너지 공급망 확보 등을 위한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안보 협력도 실질화하는 발판 확보 차원에서 정상급 협의체 구축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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