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비행기였을 뿐인데"…절도누명 쓴 美남성, 항공사에 소송
"엉뚱한 사람 용의자로 지목한 탓에 17일간 뉴멕시코 구치소행"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2020년 5월 12일 미국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에서 아메리칸항공 2248편에 탄 마이클 로우는 1년뒤 이로 인해 뉴멕시코주 구치소에서 17일간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날 해당 공항 면세점에선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감시카메라에는 용의자가 로우와 같은 항공편에 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은 같은 해 6월 탑승객 전원의 명단을 요구하는 공항경찰에 로우 단 한 명의 인적 사항만을 제출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로우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사법당국 간 정보를 공유하는 국가범죄정보센터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했고, 1년 뒤 뉴멕시코주 투쿰카리에서 휴가를 보내던 로우는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되는 신세가 됐다.
축제에서 소란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아 출동한 경찰이 참석자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을 몰랐던 로우는 뭔가 착오가 있었던 듯하다며 상황을 설명하고 돌아오겠다고 지인들에게 말했지만, 곧장 현지 구치소에 구금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교도관들은 금지물품 반입을 막겠다며 그를 벌거벗겨 신체검사를 진행했고, 이른바 '신참'이란 이유로 침상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채 콘크리트 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고 로우는 털어놨다.
그는 대소변 냄새가 지독해 숨을 쉬기 힘들었고 봉변을 당할지 몰라 샤워조차 제대로 못 했다면서 17일 뒤 아무 설명도 없이 풀려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악몽"을 겪었다고 말했다.
혐의가 풀렸기 때문이지만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고속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과정에서도 노숙자로 오해받아 식당에서 쫓겨나고, 버스가 고장나 길바닥에 발이 묶이는 등 갖은 고생을 한 까닭에 집에 들어서고는 스스로 서 있지 못할 때까지 흐느껴 울었다고 로우는 말했다.
그는 이후 경찰차를 볼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고, 쇼핑할 때 돈 내는 것을 깜빡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등 트라우마를 안게 됐다며 아메리칸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아메리칸항공이 경찰 요구대로 모든 탑승객의 정보를 제공했거나 용의자 인상착의와 더 가까운 사람을 지목했다면 자신이 억울하게 체포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우의 소송을 맡은 스콧 파머 변호사는 WP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메리칸항공이 유일한 용의자로 마이클의 이름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에게) 영장이 발부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 모든 사태는 마이클의 이름만 공개한 데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아메리칸항공은 WP의 입장 요청에 "회사는 법에 따라 범죄 행동과 관련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라는 법원의 요청에 협조하며 이 사건의 수색영장에도 똑같이 대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