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국왕 "민주콩고 식민지배 깊은 유감"…사과엔 못미쳐

입력 2022-06-09 08:48
벨기에 국왕 "민주콩고 식민지배 깊은 유감"…사과엔 못미쳐

민주콩고 상원의원 "유감만으론 불충분…사과·배상 약속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필리프 벨기에 국왕이 과거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식민 지배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7일부터 마틸드 왕비와 콩고민주공화국을 방문 중인 필리프 국왕은 이날 수도 킨샤사의 민주콩고 의회를 상대로 연설을 하고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가장 깊은 유감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3년 즉위한 그는 민주콩고가 독립 60주년을 맞이한 2020년 민주콩고 식민 지배에 대해 역대 국왕으로서는 처음으로 유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많은 벨기에인이 당시 진정으로 콩고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고 해도 식민 체제는 착취와 지배에 근거한다"며 "식민 지배는 가부장주의, 차별, 인종차별로 점철된 불평등한 관계 중 하나로 그 자체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는 폭력적 행동과 굴욕으로 이어졌다"며 "민주콩고를 처음 방문한 이 자리에서 민주콩고 국민과 오늘날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과거의 상처에 대해 가장 깊은 유감을 다시 한번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주콩고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필리프 국왕의 방문을 열정적으로 반겼다. 많은 여당 지지자들은 벨기에 국기를 흔들며 필리프 국왕을 환영했다.

한편으로는 공식 사과가 없다는데 실망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필리프 국왕이 2년 전 처음 식민 지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터라 첫 민주콩고 방문 동안 공식 사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야당 소속인 프랑치네 무윰바 은캉가 상원의원은 "벨기에 국왕의 연설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그러나 벨기에가 민주콩고에서 저지른 범죄에 유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직격했다.

그는 "우리는 사과와 배상 약속을 기대한다"며 "이는 확실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고 강조했다.

민주콩고 정치전문가인 나디야 은사이는 "민주콩고가 재정적 배상 요구에 이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벨기에는 공식 사과에 많이 예민하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1885년부터 1960년까지 민주콩고를 식민 지배했다. 이 중 레오폴드 2세가 개인적 영지로서 지배했던 첫 23년간 민주콩고인 1천만명이 살육과 기근,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레오폴드 2세는 잔혹한 식민 통치를 하며 학살을 자행해 '콩고의 학살자'라는 악명을 얻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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